일제 격납고 문화재 지정놓고 '갈등'

입력 2006-03-16 10:37:04

일제강점기 때 건설된 영천 지역 비행기 격납고의 등록문화재 지정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아픈 역사도 역사'라는 주장과 "우리지역에서 수치스런 역사를 보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영천지역 비행기 격납고는 2차대전 말, 일제가 공습에 대비해 비행기를 숨겨두고 임시활주로로 사용하던 곳이다. 영천지역에는 금호읍 일대에 20~30여기의 격납고가 산재했으나 현재 금호읍 신월리, 윤성 APT 맞은편의 과수원에 3기와 금호읍 봉죽리에 2기, 금호읍 해현지 못안에 반파된 격납고 1기 등 6기가 남아 있다. 70㎝ 두께의 반원형 콘크리트로 입구는 넓고 뒤의 폭은 좁히는 깔때기 형태이다.

현재 남아 있는 격납고는 소유주들이 대부분 창고나 닭사육장 등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조성 당시 시공기술이 조악하고 급조한 시설이어서 균열이 심하고, 방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안전사고에도 무방비로 노출돼있다.

반면 문화재청은 이 격납고의 보존을 위해 등록문화재로의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역사적 의미를 갖거나 구조적 특색과 양식이 50년 이상 된 근대문화재를 조사해 소유자의 이의신청이 없으면 등록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지난 1995년 서울의 중앙청도 수치스런 역사라며 없애면서 영천에 이런 것을 보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격납고 부지 소유주인 이모씨는 "수년동안 격납고를 없애달라고 요구했는데, 오히려 영천시와 문화재청이 문화재 지정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 지문근 씨는 "남아 있는 격납고가 거의 없고 영천지역의 경우 보존상태가 가장 좋아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하다"며 "일제강점기 때의 침략 현장을 알 수 있는 좋은 교육자료"라고 말했다.

한편 등록문화재가 돼있는 격납고는 경남 밀양시 구비행장 격납고 2기(근대문화재 206호)와 남제주 비행기 격납고 1기(등록문화재 39호) 등이며 영천에서는 일제강점기때 만들어진 영천역 급수탑이 2003년 등록문화재 50호로 지정됐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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