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안정된 직장 찾고싶어"…수험생 선호 변화

입력 2006-03-16 09:45:19

수험생들이 대학을 선택하면서 '의대>서울대' '전문대>중하위권 4년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자신의 적성이나 특기보다는 안정된 직장, 높은 봉급에 관심을 갖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입시담당 교사, 대학 신입생 등을 통해 올해 수험생들의 진학 경향을 알아봤다.

#사례1."한 학생이 진학지도실로 찾아와 대뜸 '안정된 직업'을 얻으려면 어느 학과로 가야 되는냐고 묻더군요. "서울대 공대 ㅇㅇ학과도 가능한 성적"이라고 대답하니까 학생이 '피식' 코웃음을 치는 겁니다. 서울대가 무슨 상관이 있냐면서요."

한 사립고 진학부장은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며 "우수학생들이 공대·자연대에 진학해야 나라가 부강해질텐데..."라고 허탈해했다. 또다른 교사는 "이제 '무조건 서울대' 의식은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의대 병(病)'을 보이는 학부모가 갈수록 늘어난다"며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는 현상인데도 교사가 나서 학생·학부모를 설득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수성구의 일부 학교는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유명 과학자, 교수 등의 초청 강연회를 열기로 했다.

#사례2. 대구의 한 사립고를 졸업한 김모(19)군은 올해 대구보건대 방사선과에 입학했다. 지역의 4년제 대학 공대에도 합격했지만 취업이 확실히 보장되는 전문대행을 택한 것. 이 학교 진학 담당은 "웬만하면 4년제 대학을 가던 학생들이 최근에는 전문대 인기학과로 간다"고 말했다. 학교마다 10∼30명의 학생들이 이같은 '소신 지원'을 하고 있다는게 학교측의 얘기였다.

#사례3. 직업군인이 꿈인 한 사립여고 졸업생은 이달 초 구미1대학 기계관련 학과에 입학했다. 반에서 10등 전후의 성적이었던 그는 '중장비기술자격증'이 있으면 부사관시험에서 가산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입학 담당 교사는 "2,3년 전부터 중하위권 학생들이 무조건 4년제로 가겠다는 겉치레 의식을 벗고 실리적인 인생설계를 하고 있다"며 "고교 때 7개 컴퓨터관련 자격증을 딴 후 전문대 컴퓨터학과로 진학하는 학생도 있다"고 전했다.

#사례4. 올해 달성군의 사립고를 졸업한 김모(19)군은 지역 모대학 경영학과에 합격하고도 전문대 전자정보학과로 진로를 잡았다. 김군은 진학 상담을 하면서 "경영학과를 나와서는 취업이 쉽지않고 컴퓨터 관련 학과가 전망이 있다"고 당당하게 자신의 뜻을 내비쳤다. 올해 200명 정도가 졸업한 이 학교에서는 4년제 대학에 동시에 합격한 32명이 전문대에 입학했다.

#사례 5. "학교 입장에서는 1년 농사 헛지은 기분이죠." 북구의 한 여고 입학 담당 교사는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서울대에 갈 수 있었던 한 학생이 교육대를 선택했기 때문. 그는 "여학생은 약대, 교대, 사범대 등 평생 직장을 고려해 미래보장형 학과를 선호한다"며 "이제 서울대 입학자 숫자로 학교를 평가해서는 안되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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