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없는 드라마로 비교되는 스포츠의 매력은 알 수 없는 결과에서 비롯된다. 반전의 장면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올지 알지 못한다. 예측을 벗어난 의외의 결과가 던져 주는 반전의 효과는 엄청나다. 그야말로 열광과 감동이다. 스포츠의 의미는 이변의 가능성이 있기에 더욱 크다. 그러나 이변은 그냥 생겨나지 않는다. 선수 개개인의 땀과 정성이 모아져 이변의 태풍을 잉태한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은 월드컵 역사상 이변의 명승부로 한일 월드컵 한국 대 이탈리아전 등 11경기를 선정했다. 우리를 포함해 북한'세네갈'카메룬'미국이 이변의 주인공이었다. 모두 약체로 분류된 팀이었고, 상대는 당시 최강팀이었다. 제물로 지목된 약체팀은 그들을 얕보던 상대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몰락을 안겼다. 당연히 이긴 팀의 환호는 엄청났다. 그 이변은 '축구공은 둥글다'는 교훈을 전 세계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했다.
○…한국이 야구 종주국 미국에서 최강 미국팀을 이겼다. 메이저리그 최강을 가리는 경기를 월드시리즈로 칭할 만큼 야구에 관한 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을 눌렀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2라운드 한미전에서 우리 선수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부분에서 미국을 압도했다. 운이 나빴다는 따위의 변명조차 할 수 없는 경기였다. 미국팀 감독이 할 수 있는 말은 "누구든 이기고 누구든 질 수 있는 게 야구"라는 것뿐이었다. 야구는 해 봐야 안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미국전의 승리가 가져 올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천문학적이라고 한다. 천만 관객을 돌파, 초콜릿폰 26만여 대 판매 효과와 맞먹는다는 영화 '왕의 남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최소 4, 5배는 넘을 것이라 한다. 미국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구촌에 한국의 가능성을 알리는 데 이만한 일은 더 이상 없을 거라는 찬사도 나왔다.
○…국가 간 경기는 가끔 전쟁에 비교된다. 국민의 관심이 높을수록 더욱 그렇다. 그래서 세계 최강을 이긴 국민적 기쁨은 크고 드높다. 그러나 스포츠의 이변은 언제나 질 수 있다는 말과도 통한다. 미국의 패배가 방심이 원인이었다면, 방심과 자만은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미국전의 승리는 '하면 된다'는 우리의 오래된 마음자세가 승리한 결과가 아닐까.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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