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軍, 팔레스타인 교도소 공격 배경은?

입력 2006-03-15 10:57:46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저항지도자를 자국의 구금시설에 가두기 위해 14일 감행한 팔레스타인 교도소 공격사건으로 양측 관계가 전례없이 얼어붙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권을 철저히 무시한 이스라엘의 이번 처사에 대해 팔레스타인무장세력들은 외국인 납치행각으로 맞서며 반발했지만 이스라엘 내에서는 환영 일색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팔 분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엔이나 미국, 영국 등 국제질서를 이끌어 가는 강대국들은 이스라엘을 대놓고 비판하는 것을 자제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취했다.

◇교도소 공격 배경 = 이스라엘이 예리코 교도소를 공격한 이유로 내세운 것은 자국 각료를 암살한 범죄자에 대한 응징이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 7일 예리코 교도소에 수감중인 팔레스타인인민해방기구(PFLP) 지도자 아흐메드 사다트의 석방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사다트는 2001년 이스라엘 관광장관 살해 사건을 지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라난 기신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에게 정의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작전을 통해 테러범 문제에 관련한 이스라엘의 입장을 향후 출범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대행의 카디마당이 오는 28 일로 예정된 이스라엘 총선에서 보수표 이탈을 막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과거에도 총선을 앞두고 정치세력들이 팔레스타인과의 대립을 심화시키는 전략을 취해왔다.

그런 대표적인 사례로 뇌졸중으로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아리엘 샤론 총리가 총선을 수개월 앞두고 있던 2000년 9월 이슬람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을 방문해 팔레스타인인들의 제2차 인티파다(이스라엘 점령 반대투쟁)를 유발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사건으로 샤론이 이끌던 리쿠드당이 이듬해 총선에서 승리한 것은 물론이다.

이스라엘은 이와 함께 이번 사태를 통해 팔레스타인의 정치주도 세력이된 하마스에 저항테러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려 했다는 관측도 있다.

◇양측 관계 급랭..압반스 수반 장악력 약화 전망 = 이번 사태로 하마스 주도의자치정부는 이스라엘과의 협상 보다는 대립 구도 일변도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리쿠드당 당수 등 이스라엘 측 강경우익 인사들은 이번 교도소공격은 테러리즘에 양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인시켰다며 협상 보다는 힘으로 팔레스타인을 계속 압도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팔레스타인 측에서도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 하마스와 다른 팔레스타인무장세력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반면에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주장해온 압바스 수반은 이스라엘로부터 협상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이 새삼 부각돼 권력누수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측 평화협상 대표를 맡아온 사이브 에레카트는 이번 사태로 인해 압바스 수반과 팔레스타인 내 온건파는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국가테러' 문제 부상할 듯 = 이스라엘 군의 이번 교도소 공격은이란 등 팔레스타인 지지 국가들이 주장해온 '국가테러' 문제가 부각되는 계기가 될전망이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이른바 테러리스트들을 검거한다며 탱크와 공격용 헬기 등첨단 무기를 동원해 팔레스타인인들을 무차별 공격했지만 대체로 국제사회의 비난을피해왔다. 빼앗긴 땅을 되찾기 위해 소총 등으로 대항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을 테러범으로 간주하는 이스라엘의 관점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시각에 고스란히 반영됐기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제2차 인티파다 이후 양측의 충돌로 희생된 약 5천명 가운데 압도적 다수인 4천명 정도가 팔레스타인인들이지만 이들에게는 "테러범"이라는 낙인이찍혔고, 이스라엘은 주로 피해자로 인식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외국인 납치사건이 더해지면서 세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아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이 주장하는 이스라엘의 국가테러 문제를 생각하게 만들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세계 언론의 큰 관심을 끌 수 있는 외국인연쇄 납치 행각을 벌인 것을 바로 그같은 효과를 노린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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