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엿보기-요즘 신입사원 연수는?

입력 2006-03-11 07:37:36

신입사원 연수 풍속도가 급변하고 있다.

신세대에 어울리는 더욱 재미있고 신나는 행사로 바뀌고 있다. 사원 연수하면 떠오르는 딱딱한 '강의실 연수'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유연한 조직과 유연한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도 유연해야 한다는 전략이 퍼지고 있다. 대기업일수록 이런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요즘 신입사원 A씨의 연수를 들여다보자.

'가상의 외국인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밤을 새워 제품 기안서를 작성한다. 물론 100% 영어다. 현장직.연구직.사무직 구분도 없다. 거리로 제품을 들고 나가 소비자들의 입맛을 체크한다. 넓은 생산라인을 구석구석 걸어 다녀보라는 임무가 주어지는가 하면 팀별 야간행군에서 자신의 체력과 담력을 보여야 한다'.

LG전자 인재육성담당 김승미씨는 "기업마다 현장에 바로 투입가능한 인력을 선호하면서 신입 연수도 철저하게 자질 검증과 체험 위주로 기획되고 있다"며 "참신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기업이 먼저 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LG전자 경우 지난 달 초 뽑은 신입사원 30여명을 시내로 보내 직접 영업체험을 하도록 했다. PDP, LCD모니터의 크기와 기능 등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일이었다. 신입사원 스스로 아이템을 선정해 장애인, 노인등을 위한 주말 봉사 계획을 짜고 실천한다.

애사심을 북돋우는 과정도 필수다.

포스코는 전 신입사원들이 제선, 제강, 열연, 냉연부 등 4개 주요 제철 공정 현장을 8시간이나 '걸어서' 견학한다. 조별 팀워크와 재치를 시험하기 위한 도전 골든벨 비슷한 프로그램도 연수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포스코 인재개발원 정성윤 씨는 "펀 & 런(웃으면서 배우자)이 요즘 연수의 큰 흐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수의 변화 뒤에는 수시채용이 보편화되고 이직이 심해지는 등 달라진 채용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기업의 고민도 숨어있다.

한 헤드헌터 업체 관계자는 "인재 이탈 방지를 위해 기업들이 형식적인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색다른 연수 코스로 대체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른바 '파랑새증후군'을 방지하기 위한 것. 파랑새증후군이란 신입사원들이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상적인 직장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정' '인연'에 호소하는 연수기법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기법이 '멘토링'. 신입사원이 멘티(mentee), 상사가 멘토(mentor)가 된다. 멘티는 도움을 받는 사람, 멘토는 도움을 주는 사람의 뜻이다. 직장 선배가 신입사원과 일 대 일 결연을 맺고 상사가 아니라 인생과 사회의 선배로서 후원자 역할을 하자는 취지다.

화성산업(주) 동아백화점은 지난 7일 신입사원 10명과 기존 사원 10명간의 멘토링 결연식을 가졌다. 3년째 행사다.

동아백화점은 멘토-멘티간에 '콜(call 또는 C.O.L) 했데이' 라는 제도까지 만들어 회사차원에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멘토가 몇 날 몇 시까지 모이라고 '콜' 하면 멘티들이 모여 술이나 식사, 레저를 함께 하는 것이다. 콜에는 인생의 나침반(Compass Of Life) 역할을 하자는 의미도 있다.

2년전 1기 멘티로 교육을 받고 올 해 멘토를 자원한 이성현(30.경영기획팀 근무)씨는 "당시 멘토를 맡은 상사가 손님을 대하는데 낯설어하는 나를 위해 책도 선물해주고 친 형처럼 고민을 들어줬다"고 말했다.

동아백화점 구교정 인사과장은 "3년째 실시해보니 신입사원들의 이탈율도 점점 줄어들고 일에 적응하는 속도도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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