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압수수색 영장 발부 기준 엄격해야"

입력 2006-03-08 10:57:24

검찰이 기업 비리 수사를 하기 위해 청구하는 압수수색 및 계좌추적 영장의 발부 요건이 앞으로 매우 엄격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달 6일 전국 수석부장판사 회의 후 대법원장 공관에서 진행된 만찬에서 참석자들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할 때는 구속영장처럼 엄격하게심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8일 전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최근 화이트칼라 범죄의 양형에 있어 법원이 엄정해야 한다는발언과 맞물려 '수사로 인한 기본권 침해는 제한하되 유죄가 인정되면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장의 '신념'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장이 법관 인사권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발언은 최근 5년간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율이 83∼86% 수준인 데 비해 압수수색 및 계좌추적 영장 발부율은95%가 넘는 기존 영장발부 시스템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만찬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법원장은 "몇 년치 장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법원이 발부해주는 바람에 기업활동이 중단되는 사례도 있다. 실제 수사에 필요한부분만 엄격하게 (영장을) 발부하라"고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또 "수사기관이 수사를 위해 1년치 장부만 필요한데도 2∼3년치장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포괄적으로 발부받아 본래 수사대상과 전혀 다른 혐의를 찾아내 추가로 수사하는 경우가 있다"며 기존 영장발부 관행의 문제점을 꼬집었다고 한 만찬 참석자가 말했다.

그는 "이 대법원장의 말씀은 수사 대상자가 불필요한 기본권 침해를 겪지 않도록 '범죄사실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법관이 엄격히 심사해 기각하라'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검찰은 압수물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그 대상물이 무엇인지구체적으로 모르기 때문에 추상적·포괄적으로 압수영장을 청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문제를 걸러내는 법원의 역할을 말씀하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일선의 한 검사는 "분식회계 등의 정황이 포착돼 압수수색을 하게 되면 해당 연도의 장부 뿐만 아니라 그 전후로 비교할 자료도 필요한데, 압수수색 대상을 제한하게 되면 수사에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대법원장은 이날 만찬에서 형사재판 뿐 아니라 민사재판에서도 구술변론을 확대하고 공판중심주의 원칙을 강화하며 여성법관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당부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