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방사선이라는 에너지

입력 2006-03-08 07:40:59

지난해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이 경주 양북면으로 결정됐다. 국민들이 그동안 자기 지역으로 방폐장이 오는 것을 가장 꺼린 이유는 바로 방사선으로 인한 인체 및 환경피해 때문이다.

방사선을 쉽고 정확하게 설명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눈에 보이지 않는 광선 정도로 설명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는 잉여 에너지를 가진 불안정한 원자가 안정된 상태의 원자로 변환하기 위해 내보내는 에너지가 바로 방사선이다. 예를 들어 퀴리부인이 발견한 라디움이라는 광물은 잉여 에너지를 내보내고 라돈이라는 가스로 변하는데, 이 때 내보내는 에너지가 바로 방사선이다. 이 두 가지 설명을 합해보면 결국 방사선이란 '에너지를 갖고 있는 보이지 않는 광선'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방사선을 이용해 암세포를 죽인다든지 또는 방사선 때문에 암에 걸린다든지 하는 것은 방사선이 에너지를 갖고 있어 세포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사선을 받는다고 무조건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방사선은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수많은 물질 중의 하나일 뿐이다. 동물실험 결과 발암물질의 종류는 약 1천500가지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배기가스, 매연, 담배연기, 색소, 염료, 숯불구이, 방부제, 인공감미료, 납, 석면, 살충제, 플라스틱, 자외선 등 모두 우리 생활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이 속에 방사선도 하나의 발암요인으로 포함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다른 물질들보다 유독 방사선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방사선은 정말로 위험한 발암물질인가?

방사선에 노출되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역학조사에서도 입증됐다. 조사결과 당시 방사선 피폭자 9만1천228명 중 202명이 1950년부터 1985년 사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방사선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백혈병 발병률이 높았다. 백혈병 외에도 위암·폐암 등 다른 암 발생자도 발견되었다. 분명 암 발생률과 방사선과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또 하나의 사실은 100밀리시버트(m㏜) 이하의 방사선은 인체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밀리시버트'는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단위이다. 100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은 일반적인 생활환경에서는 결코 받을 수 없는 많은 양에 속한다. 일반인이 방사선을 받는 경우란 일상생활을 하면서 자연으로부터 받게 되는 2.4밀리시버트와 건강진단을 위해 가슴에 엑스레이 사진을 찍을 때 받게 되는 0.1밀리시버트, 그리고 TV시청시 받는 0.01밀리시버트 등 1년 동안 모두 합해도 약 3밀리시버트를 넘지 않는다. 그러니 100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한꺼번에 받게 되는 경우란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암에 걸릴 정도가 되는 경우란 그보다도 훨씬 더 많은 양의 방사선을 받을 때이다. 세계적인 권위의 방사선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에 따르면 1천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전신에 받게 될 경우 그 사람이 암에 걸릴 확률은 방사선을 받지 않을 때에 비해 5% 정도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니 일상생활을 하면서 방사선 때문에 암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많은 원자력시설 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방폐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방사선이 나올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중·저준위 방폐장에서 나올 수 있는 방사선이 연간 0.3밀리시버트 이하가 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프랑스·영국·스웨덴·일본 등 세계 각국이 운영하고 있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방사선을 조사한 결과 IAEA의 규정치보다 훨씬 낮은 연간 0.01밀리시버트에 불과했다. 제한치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로, 1년간 TV를 시청할 때 받게 되는 방사선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니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선다고 해도 방사선에 대해서는 크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은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많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물질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술자들은 안전관리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한다.

김형준 한국수력원자력㈜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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