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오욕의 사법부 역사를 청산하기 위해 유신정권 이후 판결문들을 최근 정리한 데 이어 조만간 판례 변경 등을 통해 과거사 반성에 나서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7일 "전국 법원과 국가기록원에서 입수한 시국·공안사건 관련판결문 5천여건을 한차례 완독해 정리했으며 그 결과를 이달 초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1972∼1987년 긴급조치법, 국가보안법, 반공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을위반한 사건에 대한 판결문을 작년 9월부터 수집해 분석 작업을 최근 사실상 끝냄으로써 본격적인 과거사 반성 준비가 완료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유신정권 이후 암울했던 시기에 이뤄진 잘못된 법원 판결에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끄러운 역사는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 적정한 사건이 대법원에 상고되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새로운 판례를 확립하는 식으로 과거사 반성을 선언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과거사 반성이 본격화될 경우 군사정권에 맞섰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유죄가 선고된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인혁당) 사건' 등에 대한 재심이 청구될 경우 무죄 취지로 판결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1970∼1980년대 사건이 아니더라도 유신정권 당시 판례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한최근 국가보안법 및 집시법 위반 사건 등이 상고될 경우에도 무죄 취지의 판례를 만드는 식으로 과거사 반성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을 비롯한 13인의 대법관이 참여하는 사법행정상최고 의결기관으로 과거에 판시한 헌법·법률·명령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경우 열린다.
대법원의 과거사 반성 방침은 1, 2심 재판부를 직접 제약하지는 않겠지만 인사권자인 이용훈 대법원장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하급심 판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이 하급심 재판부의 시국·공안 사건 판결에 간섭하는일은 없겠지만 1, 2심 재판부가 스스로 종전과 다른 판결을 내림으로써 과거사 문제를 밑에서부터 정리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재경 법원의 한 판사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언제고 해야 할 일이다. 시국·공안사건에 대한 잘못된 판결 등에 대한 이용훈 대법원장의 의중이 하급심에부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신정권 당시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법관이 그다지 많지 않은 만큼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시국·공안사건에 대한 긍정적 판결을 내놓은 이후에야 하급심에서 변화가 생길 것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편 대법원이 치욕스럽게 판단한 재판에 관여한 법관 가운데 일부는 현직에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돼 과거사 반성이 본격화될 경우 자연스럽게 '인적청산' 작업도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과거사 반성은 법원 내 인적청산과 아무런 관련이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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