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은 생명의 은인"…앞산에서 만난 사람들

입력 2006-03-07 09:46:27

정상을 향해 쉼없이 발길을 옮기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그들에게 훼손돼가는 앞산을 살릴 수 있는 해법을 들어봤다.

#이종례(70·여·달서구 월성동)

벌써 앞산에 오른지가 10년이 넘었다. 얼마전 버스노선이 개편되면서 월성동에서 앞산 밑자락으로 오는 마을버스가 사라져 불편해졌다.

지난해에 산 정상에 할미꽃이 있다고 해 가봤더니 사람들이 다 뜯어가고 없더라. 자연은 가지는 것이 아니라 보고 즐겨야 한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황정현(70.달서구 상인동) 이태윤(60.도원동) 장대현(66.남구 대명4동)

5년 전 앞산에서 만나 친구가 됐다. 일주일에 서너번은 함께 산에 오른다.

앞산 터널이 뚫린다는데 유감이다. 한번 훼손되면 회복되는데 몇 십년이나 걸리는 것이 자연 아닌가. 교통흐름도 중요하지만 서민들의 유일무이한 휴식처를 보전해야 한다.

#안창희(60.달서구 상인동)

앞산은 생명의 은인과 같다. 12년 전부터 당뇨를 앓았는데 합병증까지 겹쳐 걷기조차 힘들었다. 매일 산에 오르다보니 병세가 호전됐고 몸이 가뿐해졌다.

앞산터널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산을 아끼는 사람은 모두 반대할 것이다. 야생동물과 울창한 숲이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도록 대구시는 개발 일변도의 계획을 재고하길 바란다.

#최성규(59.달서구 두류3동)

앞산에는 꿩, 청설모, 까마귀, 까치가 있다. 깊은 산기슭에서 맷돼지들이 진흙탕에 목욕한 흔적도 있다. 대구가 아껴야 할 숲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이나 신경쓰지 대구시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몇년 전 달비골 임유사에서 공공근로를 했는데 산에 콘크리트 길을 깔았다. 인간이 손을 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된다. 후손도 누릴 수 있도록 장기적인 보존계획을 세워야 한다.

#서한기(50·달서구 상인동)씨, 최은진(39·용산동)

어릴 때 임휴사에 오를 때만해도 울창한 숲 속에 작은 오솔길이 있고 야생화가 길 옆에 있었다. 하지만 요즘 길도 많고 사람들도 참 많아졌다.

주말이면 야구장에 사람들이 입장하듯 등산로에 사람들이 꽉 찬다. 비좁아 옆길을 만들고 샛길을 넓히고 있다. '등산로 아님' '입산금지' 등 표지판을 세워 자연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관리사무소가 신경써야 한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사진 : 앞산 정상부근 등산로에서 내려다 본 대구 시가지. 저멀리 북쪽에 팔공산이 펼쳐져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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