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 판사가 법관이 아닌 국민의 시각에서 읽기 쉬운 판결문을 쓰자고 주장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원범(사법연수원 20기) 대구지법 제11형사부 부장판사는 법률신문에 기고한 '민사판결서 작성방식의 현황과 개선 방향'이라는 글에서 "아무리 명문장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우면 재판을 받는 당사자나 관련자들을 설득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장은 이 글에서 "판결문은 법관의 분신으로 일컬어지지만 형식적 변론을 거쳐 작성된 판결문은 당사자를 설득시킬 수 없다"며 장황한 문체와 어려운 용어 일색의 판결문 작성 관행의 개선을 역설했다.
그가 역설한 쉬운 판결문 작성 방법의 핵심은 가능한 한 단문 사용과 문장 내용이 길어지면 결론부터 밝히는 두괄식 문장 사용. 짧은 문장을 써서 내용이 명확히 전달되도록 하고 긴 문장은 먼저 결론을 언급함으로써 듣는 사람이 내용 파악을 빠르고 정확히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복문을 사용하더라도 주어와 서술어가 2개를 넘지 않도록 한 문장을 구성하고, 인정사실을 열거할 때 '∼라는 사실, ∼라는 사실'처럼 장문식 나열이나 '∼하고, ∼하며'의 문장연결은 피하고 단문으로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또 어려운 한자나 일본식 용어를 피하고 알기 쉬운 우리말 표현을 적극 사용하면 판결문 작성이 쉬워진다고 소개했다. 가령 일본식 표현인 '∼라고 할 것이다'는 '∼이다'로, '∼에 있어서'는 '∼에서'로, '∼함에 있어'는 '∼하면서'로, '∼함이 없이'는 '∼하지 않고'로 쓰면 된다는 것.
민사소송법의 경우 2002년 법 개정으로 상당한 수준의 용어 순화가 이뤄진 만큼 판결문에도 개정법의 용어를 사용하는 게 낫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 부장은 '사위'는 '거짓', '쌍방'은 '양쪽', '저촉되다'는 '어긋나다', '첨부하다'는 '붙이다', '판단 유탈'은 '판단 누락' 등으로 쓰자고 제안했다.
또 '기왕증'은 '과거의 병력', '이유없다'는 '인정할 수 없다', '완제일'은'다 갚는 날', '해태'는 '제때에 하지 않음' 등으로 쉽게 풀어쓸 수 있다는 것이 이 부장의 주장.
이 부장판사는"재판 당사자들이 법률대리인을 통하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고, 판결문 개선 작업이 꾸준히 진행된데 비해 만족할만한 성과가 작다"며 "사법의 최종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 대한 배려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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