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의 성 소수자…'현실보다 훨씬 관대'

입력 2006-03-02 14:25:15

성 소수자에 대한 영화 속의 시선은 훨씬 관대하고 개방적이며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최근 들어서는 리안 감독의 미국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과 일본 영화 '메종 드 히미코', 화제의 한국영화 '왕의 남자' 등 성 소수자를 소재로 다룬 영화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 '브로크백 마운틴'

미국 평론가들이 열렬한 찬사를 보낸 리안 감독의 최근작이다. 우정에서 사랑으로 발전한 두 청년이 마음을 숨기고 결혼해 나누는 20여년에 걸친 사랑을 그렸다. 뛰어난 멜로드라마. 남성 동성애자는 이성애자에게는 낯설고 불편한 존재지만 그들도 우리처럼 사랑에 행복해하고 아파한다. 연인일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동성애는 비로소 이해할 만한 삶의 한 방식이 된다.

# '메종 드 히미코'

동성애자 소재를 유머와 진지함으로 버무린 작품이다. 이누도 잇신 감독이 연출했다. 어린 시절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떠난 게이 아버지의 젊은 연인이 그 딸을 찾아온다는 내용. 황혼기에 접어든 게이들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각도로 동성애자를 바로본 감독의 시선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 '왕의 남자'

동성애 코드가 편재해 있지만 동성애 영화는 아니라는 묘한 모순이 있다. 동성애가 몇 겹의 상징과 수사를 통해 표현되기 때문. 공길은 실제가 아니라 놀이판 곧 무대에서만 장생의 파트너이고 여자다. 연산군이 공길에게 요구하는 것도 사랑이 아니라 놀이다. 연산군은 놀이판에서만 수태할 수 없는 자궁이자 어머니의 상징적 대리자로서 공길을 마음껏 희롱하고 사랑할 수 있다.

# 시각의 변화

'해피투게더', '크라잉게임', '토탈 이클립스', '필라델피아', '소년은 울지 않는다', '두 여자의 사랑', '결혼피로연' 등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는 적지 않다.

국내에서는 1997년에 '해피투게더'가 수입불가 판정을 받았다.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이 영화는 '동성애가 미풍양속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입이 거부됐다가 논란 끝에 1년 뒤 개봉했다.

그 후 '패왕별희', '인앤아웃', '바운드', '프리실라', '헤드윅' 등 동성애 소재 영화들이 국내에 개봉됐다. 또한 '내일로 흐르는 강'이나 '로드무비' 같은 동성애 영화가 국내에서 만들어졌다. (2006년 3월 2일자 라이프매일)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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