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선발 방법을 둘러싼 교육부와 대학의 엇박자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대학의 모집 정원이 수험생 숫자보다 더 많은 시대에 조금이라도 더 우수한 신입생을 뽑기 위한 대학들의 몸부림은 생존경쟁이나 다름없다. 입학생의 질보다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은 그저 원론적인 조언 정도로 치부한다. 더 나은 학생을 뽑으면 더 나은 졸업생을 배출하는 것이 훨씬 쉬운데, 공만 들 뿐 표시가 잘 나지 않는 대학 교육력 제고에만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대학들의 2007학년도 입시안을 보면 이런 생각들은 그대로 드러난다. 대표적인 것이 학생부 실질 반영비율. 이는 학생부 성적이 전체 선발 전형에 미치는 실제적인 영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가령 전형 총점이 1천 점인 대학에서 학생부를 300점, 수능을 600점, 구술고사를 100점 반영한다면 학생부 반영률은 30%이다. 하지만 학생부에 기본점수를 250점 준다면 점수가 가장 높은 학생과 가장 낮은 학생의 차이는 50점으로 줄어들고 만다. 실질반영비율이 5%로 뚝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학생부에 높은 기본점수를 줘 왔고, 2007학년도에는 이를 더 높여 학생부가 전체 전형에 미치는 영향력을 더욱 떨어뜨렸다는 사실이다. 서울대는 내신 성적 때문에 울고 웃는 학생이 가장 많은 사실을 감안한 듯 실질반영비율을 2.28% 주는 데 그쳤다. 수도권 주요 대학 가운데 실질반영비율이 가장 높은 대학은 연세대로 겨우 11.7%에 불과하다. 전국 200개 4년제 대학의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은 9.4%로 2005학년도 10.7%, 2006학년도 10.2%와 비교하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여기에 논술이나 면접·구술 같은 대학별 고사를 활용하겠다는 대학이 늘어났다는 사실도 교육부의 기대와는 어긋난다. 2007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치르겠다고 밝힌 대학은 1, 2학기 각각 10개와 11개로 지난해보다 많아졌다. 수시2학기와 정시모집에서 면접·구술을 반영하는 대학도 각각 7개와 5개 늘어났다. 대학별 고사 확대는 외적 평가인 수능이나 학생부에 내부 평가를 더해 어떻게든 대학이 원하는 신입생을 뽑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2007학년도 입시안에서 드러난 이 같은 경향은 그 변화의 폭이 크진 않지만 시사하는 바는 결코 작지 않다. 특히 교육부가 학교교육 정상화 차원에서 내건 학생부 중심의 2008학년도 대입 정책과 완연한 엇박자라는 점에서 지켜보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학생부의 비중을 높여도 시원찮은 마당에 실질반영비율을 더 낮춰버리고, 학생부와 수능 성적만으로 충분히 원하는 인재를 뽑을 수 있다는 교육부의 주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대학별 고사를 확대하는 것은 교육부가 2008학년도 입시를 어떻게 가든, 대학은 제 길을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대학들에 대해 교육부가 채찍도 당근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수시2학기 논술고사에서 본고사형으로 출제했다고 지적한 대학에 대해 겨우 주의 정도를 주는 교육부의 느슨한 채찍으로는 대학 당국자들이 심혈(?)을 기울인 갖가지 편법들을 결코 통제할 수 없다. 교육부의 입시 정책을 잘 따르는 대학에 어떤 지원을 하겠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신입생 선발은 대학의 고유 권한이라는 지적에 마땅한 대응논리가 없는 교육부로서는 당연한 노릇이다.
교육부와 대학의 엇박자는 이제 한쪽이 박자 넣기를 중단하지 않는 한 결코 고쳐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생, 학부모들의 시각으로 보면 누가 박자 넣기를 중단할지는 자기들끼리 따질 문제다. 명색이 한 국가의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와 시대의 지성이라는 대학이 벌이는 치졸한 눈치싸움을 지켜보는 것도 더 이상은 참기 힘든 상황이다. 학생, 학부모들이 '쾅'하며 제 박자를 넣고 나서기 전에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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