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1: 고2 아들이 있는 엄마입니다. 중2 때까지만 해도 반에서 1, 2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는데 중3 때부터 조금씩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반에서 중간도 안 됩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잔소리하는 부모 때문에 공부하기가 싫다고 반항합니다. 이제 잘 할 자신도 없고 지금 공부해도 늦다며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합니다. 엄마로서 어떤 태도로 아이를 대해야 할지 모르겠고 어떻게 격려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답 : 초등학교와 중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공부를 잘 하던 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얼마 후부터 성적이 뚝 떨어져 다시는 제자리를 못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태로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학생 자신과 부모님은 학생의 능력을 의심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우리는 그 과정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부뿐만 아니라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은 어느 시점에서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험을 못 쳐 성적이 떨어졌을 때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질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시험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며, 자녀의 마음에 심한 부담감을 주기도 합니다. 학생은 학생 나름대로 반성하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그 노력의 과정이 예전처럼 즐겁지 않고 계속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여러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생산성은 전과 같지 않습니다.
마음이 편하지 않은 가운데 겨우 버티다가 드디어 시험 날이 다가와서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이때 학생은 시험 자체에 몰입하여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시험지에 쏟아 넣지 못하고 원래의 성적을 회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풀이 과정에서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문제지 사이로 부모님과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르고 뒷일이 걱정되어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시험을 망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다음달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결국은 원상회복의 의지를 상실하게 됩니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은 좌절의 순간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이 경우 주변 사람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남이 말하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는 몹시 괴로워하며 반성을 하게 됩니다. 이때 학생의 능력을 신뢰해 주고 따뜻하게 격려해 주어야지 평소 생활에서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심하게 꾸짖으면 학생은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됩니다.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에게 가장 상처를 주는 것은 남과 비교하며 꾸짖거나 무엇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남이 갖고 있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한 인간의 바람직한 성장을 바란다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장점을 부각시키고 칭찬을 해 주어야 합니다. 자녀에게 모든 것을 믿고 맡긴다는 신뢰감을 보여주고 조용히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학생 자신도 주변의 질책과 우려를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질책과 관심을 자신에 대한 애정의 표현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적대감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미래를 걱정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일상생활의 모든 활동을 제한당하여 손발을 움직일 수가 없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변화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세상만물이 그러하듯 살아있는 유기체의 가장 핵심적 생명활동은 변화에 있습니다. 확신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내가 소망하는 바대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해마다 수능시험 고득점 수험생을 상대로 조사해보면 평소 모의고사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학급 학생 중에서 20~30% 정도는 원점수 500점 만점에서 20~50점 정도의 점수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운이 좋았다거나 일진이 좋았다는 식으로 설명합니다. 그러나 그런 학생의 생활 태도를 면밀히 관찰해 본 사람은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 이면에는 악착 같은 승부욕과 강인한 정신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양이 축적되면 어느 순간에 질적인 비약이 일어납니다. 그 비약의 순간이란 때로 예측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시험의 경우 많은 수험생들이 시험 당일 그 비약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수능 당일의 비약을 위해서는 평소 꾸준하게 학습량을 쌓아야 합니다. 학생에겐 아직도 성적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적 여유가 많습니다. 현재를 기준으로 미래를 속단해서는 안 됩니다. 그 어떤 도움이나 조치보다도 학생 스스로 좌절의 순간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현실이란 인간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숙명적 불변이 아니라 참된 인간적 용기에 의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 창조적 가변이라는 점을 엄마와 아들이 같이 생각해 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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