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인' 왜 2년씩이나 걸렸나

입력 2006-02-25 10:40:17

지난 2003년 12월 국내에서 발생됐던 조류 인플루엔자(AI)에 4명이나 감염됐던 사실이 무려 '2년 2개월'이나 지나서 뒤늦게 확인된 것은 방역 당국의 방만을 보여주는 우려할 만한 사태다. 우리나라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국내 발생할 당시, 인체 감염 사례 없이 3개월 만에 퇴치하는 기록을 남겨 세계적인 AI 방역 성공 국가로 손꼽혔다. 그러나 당시 닭·오리 살(殺)처분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사실이 이번에 밝혀지면서 'AI 안전 지대'라는 지위를 잃게 됐을 뿐만 아니라 신속 방역이 발등에 불로 떨어졌다.

AI가 발생했던 2년여 전에 증상이 없는 감염자까지 확인할 능력을 자체적으로 갖춘 나라는 미국·일본·영국·호주 등 4개국밖에 없었다. 자연히 우리나라는 2003~2004년 국내 양계 농장 등에 AI가 발생했을 때, 발열 등 이상 증상을 보이는 142명 가운데 감염이 의심되는 88명의 혈청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보내 항체 검사를 의뢰,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확인된 '무증상' AI 감염 사실은 미국에서 항체 검사 방법을 익혀 온 전문 인력들이 국내에 보관돼 있던 검체 가운데 다소 의심스러운 것으로 판단된 11건을 미국에서 정밀 검사한 결과인 것이다.

물론 감염된 이들이 본인도 모르게 바이러스가 왔다 간 '무증상' 감염자들이며, 병으로 발전하지도 않았고 항체까지 생겼다니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도 결코 AI의 안전 지대가 아님을 적시하는 경고나 마찬가지이며, 우리나라의 검역 실력이 완전하고 믿을만한지에 대한 의구심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따라서 2년 전 유행했던 AI가 다시 찾아오지 않도록 가금류 사육 농가에 대한 사전 신고제와 그에 따른 확실한 정부 보상의 실천이 필요하고, 발생했을 경우 조기 차단과 검역 체계의 강화, 치료제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아직까지 AI의 사람 대(對) 사람 전파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사람 몸속에서 유전적 변이를 일으킬 경우, 그 파장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AI는 유럽·아프리카 등지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자칫 독일 월드컵까지 취소될 우려를 낳고 있다. AI의 국내 재전파를 막기 위한 노력,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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