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맛집을 찾아서 鼎談情論> 경북대병원 조영래 교수와 감포은정 복어

입력 2006-02-23 17:07:09

얼핏 직장과 이웃을 곰곰이 돌아보면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구성원들이 모여 법과 질서와 관습을 만들고 그 속에서 조화롭게 오순도순 살아갑니다. 그러나 독선과 아집이 고개를 들 때면 아무리 작은 사회도 시끌벅적합니다. 충돌과 갈등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음식도 인생살이와 비슷합니다. 같은 재료도 양념의 배합과 조리 방법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만일 마늘이 제 고집을 부리면(너무 많이 넣으면) 음식 전체가 아린 맛으로 도배됩니다.

경북대병원 산부인과학교실 조영래 교수(55).

"요리는 인생과 같다"며 장보기와 조리하기를 즐깁니다. 요리에 대한 일가견도 아마추어를 넘어섭니다. 조 교수의 맛과 요리에 대한 지론을 들어 봤습니다.

"남다른 미각을 즐기려면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나아가 그 맛을 재현할 줄 아는 요리솜씨도 갖추어야 하죠."

환자보랴, 연구하랴, 강의하랴, 일인다역의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조 교수의 미각과 음식 에 대한 관심은 늘 열려있다. 그것도 그냥 맛을 탐미하는 미식가가 아니라 직접 요리까지 척척 해낸다.

그가 10년 단골로 삼은 감포 은정복어 집. 참복 지리탕이 나오자 탕 속을 헤집어 맛있는 복어 곤이를 위로 떠올려 국물과 함께 먹는다. 말간 윗 국물보다 훨씬 구수한 맛이 났다. 이어 참기름과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리더니 고춧가루를 넣고 다시 먹어보란다. 앗! 좀 전의 맛과는 완연히 다른 맛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일식다미(一食多味). 하나의 음식을 여러 맛으로 표현하기란 요리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야 쉬운 일은 아닐 터. 그러나 조 교수에겐 그리 어렵지 않다. "저의 특별한 미각은 음식솜씨가 뛰어난 어머니 덕택입니다. 연로하신 어머니께서 자주 음식의 간을 제게 맡기곤 했었죠."

5남매의 막내인 조 교수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 대신 음식의 간을 보면서 자연스레 음식과 친해졌다. 그 결과 음식이 주는 묘한 맛의 차이와 더 맛있는 양념의 배합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내친 김에 10년 전 경북대 병원 요리 동호회(회원 30명)도 만들었다. 요리강습과 경연대회도 열었고 구내식당에서 김장을 담그기도 했다. 회원 집을 돌며 맛 자랑도 펼쳤다.

무료급식행사에 나가 음식을 만들어 돌리고 설거지도 하는 등 불우이웃돕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1989년 미국 연수 중엔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로 혼자 식사를 해결했다. 귀찮기보다 음식을 직접 해먹는 즐거움이 있었다.

좋은 식재료가 맛있는 음식의 기본임을 알게 되자 청도 각남에 텃밭을 구입, 매년 무공해 배추와 무를 길러 김장을 담근다. 학회에 가면 그 지역 특산물이랑 맛있는 집은 미리 체크해 구입하거나 들른다. 일례로 그는 강경에서 질 좋은 젓갈을 싸게 되면 바로 무 깍뚜기를 담는다.

조 교수는 또 한 번 맛본 음식을 집에서 바로 재현하기도 한다. 유명 골목의 소갈비찜을 한 번 먹고 집에서 만들었더니 초청손님이 그곳에서 사 온 것이 아니냐고 되묻더라는 일화는 그의 솜씨를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우리 음식은 무릇 양념이 기본인데 제가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간장 비율은 집 간장 한 숟가락에 왜간장 6, 7숟가락을 혼합한 것입니다."

나머지 양념류는 취향에 맞게 적당량 첨가하면 간에 관해서는 큰 무리 없이 제대로 된 맛을 맞춰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노하우로 조 교수 자신도 평소 즐기는 갈치찌개를 끓여 놓으면 누구나 그 맛에 탄복을 한다고. 이런 조 교수에게 아직도 어머니가 해주시는 안동 식혜와 모자가 함께 손질하는 대구아가미'알젓은 최고의 음식이다. 지리탕이 바닥을 보일 즈음 조 교수는 "어머니야말로 제 영원한 미각의 스승"이란 말을 잊지 않았다.

◆감포 은정복어 횟집

대구 수성구 범어 2동 MBC에서 태백공사로 가는 길 오른 편에 있은 감포 은정복어횟집(대표'엄홍섭)은 대구의 미식가들에겐 잘 알려진 곳. 지금 주인이 2대째로 최고의 재료만을 선별해 음식을 내놓는 이 집 주인의 음식재료에 대한 자존심은 각별하다.

참복회와 복어 매운탕용 고기를 선별하는데 있어 유별난 정성을 쏟을 뿐 아니라 조금만 이상한 기미가 있어도 음식을 판매하지 않는다. 본래 감포에서 복어집을 하다가 10여년 전 대구로 옮긴이래 윗대의 장인정신을 그대로 이어 받았기 때문이다.

주방도 남에게 맡기지 않고 회 썰기는 바깥주인이, 탕은 안주인이 직접 끓여내고 있다.참복어회는 시세가, 복매운탕과 지리탕 1인분 1만원. 053)752-5271

사진'박순국 편집위원 toky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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