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추기경 임명 배경
정진석 추기경 임명은 그동안 한국 천주교의 역할과 역동성을 바티칸이 인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의 경우 교회 수가 줄거나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서유럽과는 대조적으로 신자 수가 지난 1969년 80만 명에서 현재 400여만 명으로 5배 이상 늘어 세계 가톨릭계에서 경이적 성장 국가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가톨릭교인 수가 한국의 4분의 1 수준(약 100만 명)이지만 시라야나기 세이치, 하마오 후미오 등 2명의 추기경이 있는데 한국의 경우 추기경 수는 제자리에 머물러 왔다.
물론 추기경 수는 단순한 교세나 신자 수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정진석 추기경 임명은 한국의 가톨릭 교세나 아시아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비중 등을 고려 "추기경이 적어도 두 명은 돼야 한다"는 한국 천주교계의 요구를 바티칸이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추기경이 전 세계 가톨릭계를 이끌어가는 중심세력으로 이들이 교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종교국가인 한국에서 천주교의 위상을 바티칸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교황청이 정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승품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가장 크고 상징적인 서울대교구장을 맡고 있는데다 평양교구장을 함께 맡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교황청은 만주나 중국, 북한, 러시아 등 공산권 국가를 선교하는 데 있어서 한국 천주교가 중요한 역할을 맡아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 서독 출신의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분단국가와 공산권 국가 선교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 왔다. 여기에다 현재 한국의 유일한 추기경인 김수환 추기경이 80세를 넘어 교황 선출권이 없고, 서울대교구장 은퇴 이후 활동 폭이 좁아진 점 등도 추가 추기경 임명에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바티칸도 한국의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신자들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갈 새로운 추기경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나 하는 분위기.
김수환 추기경도 이런 점을 고려해 수차례에 걸쳐 추가 임명을 탄원한 바 있고, 우리 정부는 지난해 11월 바티칸에서 열린 각국 주교들의 모임인 '주교 시노드' 당시 교황의 한국 방문과 새 추기경 임명을 희망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친서를 교황청에 전달했었다. 그리고 한국 정부와 천주교의 창구가 되고 있는 성염 주교황청대사, 한국에 나와 있는 에밀 폴 체릭 주한 교황청대사의 보고 등이 함께 작용해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각계 각층에서 신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였고, 인권 등 사회발전 측면에서 한국천주교가 해 온 역할과 노력을 바티칸이 높이 평가한 것으로 한국 천주교계 안팎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사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2일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새 추기경 15명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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