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입력 2006-02-22 09:10:38

얼마나 큰 그리움으로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면 되겠느냐.

오늘 쓸쓸히 바람이 불어

묵은 옷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마음 일렁이나니

내가 그 일렁이는 마음으로 술을 마시고

많이 취하면 되겠느냐.

사랑이여, 짙은 어둠 속에서

가장 어두운 한 어둠이 빛나고 있어서

내 황홀하여 나를 잊고 선

흔적 없는 내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참 많은 기억과 시간을 죽이고

빈 몸으로 서서 그리움 키우고 있나니

어떤 결단으로도 이를 수 없는

그런 나라가 먼 곳에 있으면 좋겠다.

'먼나라' 김선굉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이에게 '내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지만 '내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어 안타깝다. 시인은 이 안타까움을 사랑하는 이에게 '얼마나 큰 그리움으로/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면 되겠느냐.' 혹은 '일렁이는 마음으로 술을 마시고/ 많이 취하면 되겠느냐'며 호소한다. 그러나 그 길은 보이지 않는다. 사랑은 건너지 못하는 거리를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그 절대적 거리감에 대한 인식이며, 대상과 합일에 이르지 못하는데 대한 안타까움이다. 그래서 '어떤 결단으로도 이를 수 없는 먼 나라'인 것이다. 사랑은 '황홀하여 나를 잊'을 수 있게 하지만 동시에 '가장 어두운 한 어둠'이기도 한 것이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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