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멀티플레이어들 '변신 또 변신'

입력 2006-02-22 09:21:33

최근 MBC 연예 프로그램 '섹션TV 연예통신' MC로 발탁된 현영, 그녀의 진짜 직업은 무엇일까. 요즘 TV를 켜면 꼭 한번은 볼 수 있는 현영은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CF는 물론 오락 프로그램 게스트로도 빠지지 않는다.

가수(?) 현영처럼 필요에 따라 변신의 옷을 갈아입는 연예인들이 브라운관을 점령하고 있다. 이들은 감초역할에서 메인 MC까지 얼굴을 내밀 수만 있으면 최대한 내민다. 연예계의 멀티플레이어, 과연 그들은 누구일까.

◇늘어나는 멀티 연예인=최근 '탁사모'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가수 출신 탁재훈은 물 만난 고기 마냥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주로 예능 프로그램 MC를 맡고 있는 그는 영화 '가문의 위기'에 이어 '맨발의 기봉이'에 출연한다. 그는 직업란에 가수, MC, 영화배우 중 정작 뭐라고 쓸지 궁금해진다.

음악전문 케이블 방송 리포터 출신인 노홍철 역시 주특기가 아리송하다. 신동엽의 개그맨 기획사에 소속돼 있는 걸 보면 개그맨이 직업인 것 같지만 그렇다고 다른 개그맨과는 노선이 다른 것 같다. 그는 인기를 얻기 전 거리의 엽기리포터로 활동할 당시 중국전문 여행사를 운영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성진, 김종민도 실제 직업이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 각각 NRG, 코요테의 멤버지만 노래하는 모습보다 닭싸움 등 게임이나 게스트로 출연해 입담을 과시하는 장면이 더 친숙하다.

여자 연예인의 경우는 도가 더 심하다. '본업'이 뭔지 정체성을 의심받을 정도의 연예인들이 수도 없이 많다. 섹시하거나 귀여운 컨셉을 지닌 여자 연예인들은 오락 프로그램의 단골 게스트들이다.

전혜빈이나 서지영, 윤은혜, 채연, 아유미 등이 바로 그들. 이들은 사시사철 오락프로에 출연한다. 이들 멀티플레이어들은 '출신'에 얽매이지 않고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소화력 하나로 방송계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아예 직업이 바뀐 경우도 있다. 연기자 출신인 조형기는 본업 대신 게스트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는 방송사의 여기저기에 얼굴을 내밀며 여러 예능 프로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꿋꿋이 이어가고 있다.

◇'멀티' 왜 많아지나=흔히 '인기는 한순간'이라고 한다. 또 요즘은 재미를 줘야하는 엔터테이너의 시대이기도 하다. 덩달아 대중문화 향유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스타들의 수명이 짧아지고 그에 따라 다양한 매니지먼트에 나서는 경향이 많다는 부분에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그러나 깊숙이 들여다보면 스타 한 명을 이용해 다양하게 활용하려는 연예 기획사와 시청률을 기대하는 방송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멀티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획사는 뮤지션이나 연기자가 아닌 엔터테이너라는 용어로 무장시켜, 새로 진출하는 분야의 부족한 문제점을 무마시키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연기자나 가수, MC 등은 제각각 고도의 전문 기술과 능력이 필요한 분야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인식이 옅어지는 데다 드라마나 오락프로가 여러 사람의 공동작업이어서 적당히 묻어 가면 부족한 연기력을 커버해 주는 부분이 있다. 자신의 가창력이나 개인기에 의존하기보다는 차라리 가벼운 오락 프로에서 신변잡기나 늘어놓으면서 이를 발판으로 인기를 얻으려 한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멀티 연예인이 된다해도 자신의 주특기 하나는 굳건히 다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것저것 겉핥기만 하다가는 멀티 연예인마저 될 수 없다. 자신의 캐릭터를 굳건히 구축하면서 깊이와 함께 넓이도 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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