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대재앙

입력 2006-02-18 07:16:45

대재앙/ 리처드 A. 포스너 지음·김소연 옮김/ 말글빛냄 펴냄

'극도의 불행에서부터 완전한 파괴나 파멸까지의 결과로 특징지어지는 매우 비극적이고 대개는 갑작스러운 중대 사건.'(웹스터 사전의 대재앙-catastrophe- 정의)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대규모 생화학 테러, 거대한 소행성의 충돌, 지구온난화, 대규모의 자연재해, 원자로 폭발사고…. 머지 않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대재앙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몇십 년 전만 해도 허상에 불과했던 이러한 대재앙은 이제 더 이상 불가능이 아닌 가능의 영역으로 넘어와버렸다.

판사이자 법경제학자·사회비평가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저자는 한 소설(오릭스와 크레이크)의 평론을 쓰면서 이같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소설 속에서 무분별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삭막하게 파괴된 미래 세계에서, 생물학 테러로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의 모습을 그린 것이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궁금했던 것.

작가의 상상이 '있을 수도 있음'을 알게 된 저자는 결국 인류의 파멸을 몰고 올 대재앙의 시나리오는 어떤 것이 있는지, 대재앙에 대한 대책이 왜 그렇게 소극적이었는지를 살펴봤다.

유행병·AIDS·소행성 충돌·화산폭발과 지진·지구온난화·천연자원 고갈·생물다양성 상실 등의 자연적인 재앙부터 스트레인지렛 시나리오니 나노머신이니, 유전자 변형 작물·인공지능·핵 테러·바이오 테러·사이버 테러 같은 인위적 재난 등 그 사례도 다양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대재앙의 발생 가능성을 굳이 무시하며 무감각하다. 과학이 너무 어려워 일반인들이 과학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많은 부분 문학 작품과 영화가 잘못 전달해준 지식으로 인해 과학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치를 갖고 있다. 엄청난 비용 또한 대재앙에 적절한 대비책을 세우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많은 지면을 할애하며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저자가 대재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이를 막기 위한 적절한 대책을 빨리 세우자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비용-편익 분석'이라는 개념을 적용시켰다. 대재앙을 막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발생 가능이 아무리 적더라도) 한번이라도 발생할 경우 가져올 수 있는 대재앙의 피해보다 적다면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과학을 이해하는 법조인 양성 등 과학을 통제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일반인들의 인식전환과 국제적인 협력기구 신설을 촉구한다. 그러나 테러리즘 옹호 국가의 학생이 미국에서 과학교육 받는 것을 제한하고, 인류 전체의 행복을 위해 극단적인 치안조치로 고문도 용인돼야 한다는 등 다소 논란적인 대책도 내세우고 있어 재고의 여지를 던져주고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