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사기꾼(김현정 옮김)/과학의 사기꾼(도복선 옮김)/시아 펴냄, 역사의 사기꾼(장혜경 옮김)/랜덤하우스중앙 펴냄, 하인리히 창클 지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항우도 낙상할 때가 있고, 소진도 망발한 적이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동서양 어디나 실수와 오류를 어루만지는 격려성 속담들이 난무하는 걸 보면, 거꾸로 인간은 유사이래 수많은 실수와 오류를 저지르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보통사람들이야 엎지른 물을 걸레로 닦으면 그만이지만, 그의 결정 하나에 수많은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학자들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제 얌전하게 연구실에 틀어박혀 책과 씨름하고 실험하는 학자들까지 책 한 권을 다 채울 만큼 '인류의 지식과 과학, 역사를 바꾸고 속이는' 실수와 오류를 저질렀다면 이야말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독일의 과학자인 하인리히 창클이 쓴 '지식의 사기꾼', '과학의 사기꾼'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총 56건의 사기스캔들을 다루고 있다. 앞서나온 '역사의 사기꾼' 또한 악의 없는 학문적 오류와 착각을 다룬 이야기다.
저자는 엄숙한 학문의 세계에 나타나는 사기사건을 '위조', '요리하기', '다듬기, '표절'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동시에 국익을 우선하거나 인종적·문화적 우월주의, 명성과 영광의 유혹에 빠진 학자들의 다양한 사기극 사례와 원인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나라인 독일과학자들과 독일의 아픈 역사를 더 많이 꺼내고 헤집는다.
'지식의 사기꾼'에 등장하는 19세기 영국의 필트타운 화석 조작 스캔들이나 일본의 고고학자 후지무라 신이치가 벌인 구석기 유물 발굴 조작극은 학문이 성과주의에 휘말릴 때 어떻게 타락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뛰어난 상상력과 자기기만이 거짓신화를 창조하고 말았다는 하인리히 슐리만의 가짜 트로이 발굴사건, 자신의 이론에 대한 확신이 지나친 나머지 뇌신경 전달물질에 대한 실험결과를 조작한 로버트 걸리스의 사기극 등을 다룬다.
'과학의 사기꾼'은 수학과 물리, 생물, 화학 등 28가지 사건을 소개하며 가장 오래된 고대의 표절 사례부터 엉뚱한 사람에게 준 노벨상, 비판을 누르기 위해 자신의 권력과 권위를 동원한 과학자 등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의 사기꾼'은 동방견문록에서 만리장성에 대한 언급이 없고, 중국 문헌에서도 폴로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점 등으로 미뤄 마르코 폴로가 동방을 실제로 여행했는지에 대한 의문 제기 등 숱한 오류들을 지적하고 있다. 또 당대를 움직인 최고학자들이 저지른 학문적 착각, 또는 자기반성과 비판이 부족해 일어난 43가지 사건을 정리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식인 또는 과학자의 이름으로 학문연구에 앞장선 이들이라면 눈앞의 이익보다는 역사 속에 남을 진실된 업적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제어하고 다스리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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