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예비 고3생…수능 걱정 앞서

입력 2006-02-14 10:51:43

문 : 예비 고3생입니다. 방학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수능시험을 생각하면 자꾸 걱정이 되고 두렵습니다. 요즈음 교실에서 친구들이 '3월 모의고사 성적이 일 년 그대로 유지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정말 3월 성적이 그렇게 중요한지 알고 싶습니다.

답 : 많은 수험생들이 3월 첫 모의고사 성적을 실제 수능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신뢰도 높은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잘못된 생각은 없습니다. 어느 시험이든 당해 연도 공부가 결정적입니다. 앞으로 남은 9개월 동안 지난 2년간 공부한 학습량의 몇 배를 더 할 수 있습니다. 3월 모의고사 성적이 끝까지 간다는 것은 아무 근거도 없는 낭설일 따름입니다. 변화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면 모의고사는 정신과 육체를 고문하는 형틀로 고3 생활 전반을 고통스럽게 할 것입니다.

모의고사는 수험생이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파악하고 취약점을 파악하여 학습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모의고사에 너무 민감합니다. 심지어 상당수의 수험생들은 모의고사가 주는 충격과 좌절감 때문에 생활의 활력과 하고자 하는 의욕을 상실하고 방황하기도 합니다. 고3은 어쨌든 평균 한 달에 한 번꼴로 모의고사를 치러야 합니다. 시험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합니다. 모의고사 성적에 웃고 울다 보면 9개월이 그냥 훌쩍 지나가 버릴 것입니다.

모의고사란 문자 그대로 실제 수능시험과 비슷한 형식과 내용으로 연습삼아 쳐보는 시험입니다. 연습삼아 치는 시험이라면 점수가 좋고 나쁨에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는 모의고사에 목숨을 거는 듯이 행동합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매번 모의고사 성적이 나올 때마다 전교 석차는 물론이고 전국 석차와 그 점수에 따른 지망 가능 대학의 배치기준표가 나옵니다. 대개의 경우 성적에 바탕하여 담임선생님과 상담도 하고 과목별 학습 전략을 수정하거나 새로 짜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점수가 잘 나오면 격려와 칭찬을 받지만, 그렇지 못하면 학교와 가정에서 건설적인 반성과 평가보다는 질책과 추궁을 받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모의고사를 잘 치르면 한 달이 행복하고 그렇지 못하면 한 달이 우울합니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 모의고사는 원래의 기능과 목적을 상실하고 수험생과 학부모를 괴롭히는 두려움의 대상이 됩니다. 모의고사가 다가오면 몸이 아픈 수험생이 많은데 이는 시험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입니다. 수험생이나 학부모 모두가 모의고사란 실제 시험과는 거의 관계가 없는 연습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습에 지쳐 실전을 그르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모의고사를 치른 후 가채점을 할 때 상위권 학생은 원점수로 5~15점, 중하위권 학생은 10~25점 정도까지 더 맞힐 수도 있었는데 실수로 틀렸다며 억울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억울함은 군색한 변명이 아닙니다. 풀이 과정에서 조금만 신중하고 적극적이었다면 정말로 맞힐 수 있었던 문제입니다.

스포츠에서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고 말합니다. 문제풀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문제에 부딪힐 불안감 때문에 위축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어려운 문제라도 할 수 있다는 자세로 적극적으로 대하면 자신도 모르게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감을 가지면 판단이 애매한 보기 중에서 맞는 답을 고를 수 있는 확률은 훨씬 높아집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문제를 보기도 전에 목표 점수를 정해놓고 시험에 임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조금만 어려우면 당황하여 자기 실력보다 더 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참으로 어리석은 짓입니다. 시험이란 상대평가입니다. 내가 어려우면 남도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목표점수를 계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몇 점 맞을 것인가에 신경 쓰지 말고 폭발적인 집중력으로 문제 풀이에 몰두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모의고사를 치르고 마음을 다잡는 데 1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간신히 마음을 잡고 1주일쯤 공부하고 나면 성적표가 나옵니다. 성적표를 가지고 상담하고 고민하다 보면 또 1주일이 흘러갑니다. 그 과정에서 마음을 다시 잡는데 1주일이 걸립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한 달에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날이 열흘도 안 됩니다. 모의고사를 치르고 나서 하루 이틀 만에 다 정리를 하고 그 다음 툭 털어버리는 습관을 가지면 시험이 두렵지 않고 고3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질문한 학생의 말대로 매년 3월이면 수험들을 괴롭히는 악성 유언비어가 바로 3월 첫 모의고사 성적이 일 년을 좌우한다는 말입니다. 이보다 어리석은 생각은 없습니다. 앞으로 남은 8개월 동안 상전벽해의 대변화가 여러 차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3월 모의고사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겠습니까. 변화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면 공부를 해도 성적 향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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