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밭 가꾸기 우선…글 실력은 덤으로 늘죠
잘 익어 감칠맛 나는 곡주 같은 글밭은 아니더라도 가슴 따뜻한 사람들의 평범하고 소박한 이야기로 상처와 격려를 껴안았던 열 개의 나이테. 대구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문단에 나온 시인·작가·아동문학가·수필가·평론가들이 함께 가꾸어 온 '솔뫼문학회'의 연륜이다.
혈육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가족이나 다름없는 끈끈한 정이 스민 솔뫼문학회가 결성된 지 10년째. 이제 솔뫼를 들여다 보면 제법 그윽한 솔 향기가 배어난다. 삶과 사랑을 바탕으로 '솔뫼'라는 문학의 큰 숲을 이루려는 간절한 마음들이 세월만큼 무르익은 것이다.
불면의 고독한 밤을 문학과 함께하며 어둠 속 등불을 켜 들고 있었던 60여 명의 솔뫼 문인들은 그 풋풋한 인간애가 송진처럼 끈끈하다. 돌과 잡초가 많은 거친 밭이었지만 막걸리 한 잔, 두부 한 점에 갈증을 달래며, 가지 많은 나무였지만 솔향기 건듯 실은 웃음 잘 날 없었던 것은 다 문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솔뫼는 두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진다. 주로 잠들 수 없는 한밤의 집회이다. 이때면 대구 인근의 분위기 있는 곳은 다 섭렵한다. 어느 시인은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다 딸아이 생일을 잊어버린 일도 있다.
먼저 10년째 회장을 맡고 있는 황인동 시인의 재주부터 범상치 않다. 자칫 엄숙하게만 흐르는 시 낭송 행사에 감칠맛 나는 아코디언 연주와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으로 회원들의 가슴에 낭만을 심어준다.
'교장 선생님'으로 통하는 김한성 수필가와 고물장수 김창제 시인의 걸쭉한 입담을 들을 수 있는 날은 마음놓고 웃는다. 어떤 먹구름 같은 우환이 있어도 일단 웃어넘긴다. '웃음이 보약'이라는 말을 실감하듯 솔뫼 회원이 되면 우선 얼굴색부터 밝아진다.
차재희 시인과 김숙 시조 시인의 가곡 절창은 흐르는 시냇물도 숨죽여 들을 정도이다. 생긴 모습과는 영 딴판인 사랑시만 줄기차게 쓰는 서정은 시인은 세속에 물든 마음들을 촉촉하게 적셔 주곤 한다.
"주량과 인간성은 비례한다"는 서상조 소설가의 본능적인 몸부림 앞에서는 또 한 번 배꼽을 쥐고 웃음보약을 마실 수밖에 없다. 시집을 3권이나 상재한 황무룡 시인은 솔뫼 카페에서 매일 새벽마다 훌륭한 명언들을 풀어쓰며 '죽비'를 쳐준다.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회원들의 정신을 일깨워주며 지혜롭게 대처하는 하루가 되라며 부지런을 떠는 것이다. 회원들의 문학적 성과도 나날이 빛을 발한다. 황인동 시인의 '작은 들창의 따스한 등불 하나', 박기동 시인의 '사랑무늬로 엮는 사계', 김창제 시인의 '고물장수', 변형규 시인의 '솔방울 박새', 황무룡 시인의 '수채화로 번지는 꿈 속', 신구자 시인의 '낫골 가는 길' 등의 시집과 곽흥렬 씨의 수필집 '빼빼장구의 자기위안' 등이 솔뫼 동산에 푸르름을 더했다.
그리고 서하 시인이 '시안', 장혜승 시인이 '현대시학', 변형규 시인이 '월간 문학', 전향 시인이 '시사사' 신인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황인숙 시인이 매일신문 신춘문예 최종심에 올랐고, 신구자·박재희·이근창 시인 등도 문예지 최종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비탈밭을 쟁기질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듯 각박한 일상 속에 마음밭을 가꾸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 하지만 '큰 소나무는 변하지 않는 마음이라'고 설파한 서산대사가 '청허가'처럼,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 소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는 애국가 구절처럼 솔뫼는 늘 푸른 삶과 문학을 추구한다.
황인동 솔뫼문학회 회장은 솔뫼 창간 10주년 기념호 발간사에서 "언 땅을 헤집고 새싹들이 새로운 봄을 준비하듯이 솔뫼도 한 발 앞으로 내딛기 위해 이 겨울을 또 앓는다"며 "오는 봄에는 회원들의 문운이 한층 싱그럽게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사진) 2003년 6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성공을 기원하는 솔뫼문학회 시낭송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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