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개성공단은 지금

입력 2006-02-10 09:22:50

"北근로자 솜씨 하루가 다르게 쑥쑥"

◇11개 남측 기업의 공장이 이미 돌아가고 있는 북한 개성공업지구에는 또다른 남측 기업들의 투자설명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어 남북경제협력 활성화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15개 남측 기업이 입주해 관리인력 400여명, 북측 노동인력 6천700명이 상주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오는 2012년까지 3단계에 걸쳐 총 2천만평 규모로 개발되며 조성이 완료되면 2천여개의 기업이 입주해 남북한에서 모두 70만 명의 고용 수요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남북 경협의 현장을 지난 8일 본사 정경훈 기자가 다녀왔다. 편집자 주

개성에 봉제, 신발, 가방 등 노동집약적 중소기업 공단을 조성하는 1단계 사업이 2007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진행중에 있다. 여기에는 기반시설비 1천95억 원을 포함, 모두 2천205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2단계 사업은 기계, 전기, 전자 등 기술집약적 공단으로 2009년까지, 3단계는 정보통신·바이오 등 첨단분야의 복합공업단지로 2012년까지 각각 개발된다.

현재 입주해있는 남측 업체는 1단계 사업의 핵심인 시범단지내에 몰려 있다. 시범단지는 국내 중소기업의 조기 입주 수요를 충족시키고 공단의 본격 가동시 법과 제도, 투자환경 등을 사전에 점검하기 위한 사업. 말하자면 개성공단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인 셈이다. 입주기업 가운데 현재 11개 기업이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4개 기업은 공장 가동준비중이거나 건축중에 있다.

이들 기업의 개성공단에 대한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편이었다. 월 최저임금이 57.5달러(약 5만7천 원)로 중국이나 동남아 등 경쟁국보다 낮은데다 물류비 등 각종 비용이 적게 들고 북한 노동자의 숙련도도 기대치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평가다.

북한 근로자 326명을 고용, 남성복과 숙녀복을 생산하고 있는 ㈜신원에벤에셀의 황우성 현지 법인장은 "처음에는 북한노동자의 숙련도가 낮아 애를 먹었으나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이를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그 결과 생산물의 품질도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황 법인장은 "품질수준은 중국에서 생산된 것보다는 훨씬 높지만 국내에서 생산된 것에 비해서는 여전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낮은 임금 등 개성 공장의 생산비용은 국내 임가공비의 절반수준에 그쳐 품질 수준의 차이에서 오는 손실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신원에벤에셀은 현재 가동중인 5개 생산라인 이외에 10개 라인을 더 건설하는 등 투자를 확대, 현재 전체 매출액의 3.5%인 개성공장의 생산량을 매출액의 2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생산성을 더 높이기 위해 현재 일률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임금도 내년부터는 직급별, 직종별, 작업 난이도별로 차등화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태성산업과 일본기업 하타의 합작기업인 ㈜태성하타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북한 노동자 454명을 고용해 300여종의 화장품 용기를 생산하고 있는 이 기업은 공장 가동 초기에 높은 불량률 때문에 애를 먹었으나 지금은 많이 개선된 상태. 오성창 전무는 "불량률이 높았으나 지금은 많이 좋아져 기대치의 70% 수준까지 올라왔다"면서 "북측 근로자의 숙련도는 국내 근로자의 60% 수준에 불과하지만 단계별 기대치가 충족되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범단지가 안고 있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개성공단의 가장 큰 매력은 물류비 절감, 정책자금의 저리융자 등도 있지만 무엇보다 국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낮은 임금이다. 입주기업 대부분이 국내에선 한계업종으로 분류되는 노동집약적 업종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예가 잘 보여주듯이 이같은 임금수준이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공단이 완공돼 국내기업의 투자가 대폭 늘어났을 때도 북한 당국이 우리기업이 희망하는 '적정임금' 수준을 유지해줄지는 의문이다. 이는 상당수의 입주기업이 물류자동화가 아닌 수작업에 생산을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한 신발업체의 경우 로고를 새기는 작업 등 기계가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공정을 빼고는 대부분의 공정을 북한 노동자의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런 측면들을 고려할 때 시범단지 사업의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한 북한 '퍼주기' 논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2012년까지 2천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는데 따른 여론의 설득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경훈기자 jgh0316@msnet.co.kr

사진: 개성공단에 입주한 ㈜신원에벤에셀 개성공장에서 북측 여직원들이 재봉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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