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도시 경주의 고통-(3.끝)왕경도시 조성하려면…

입력 2006-02-10 09:41:12

"문화재-시민 공존 방안 찾아야"

경주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한 왕경도시 조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정부나 고고학계 어디에도 왕경도시 장기 발전 계획안이 없고, 수조 원대의 관련재원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경주시가 공을 들여 정부로부터 어렵게 따낸 '역사·문화도시' 티켓도 대통령령 등 법적 근거를 둔 국책사업이 아니어서 지속 추진이 낙관적이지 않다. 30년간 3조3천억 지원이 목표지만 정권교체에 따른 사업 연속성 유지도 불확실한 형편이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문화재청과 경주를 찾아 '역사·문화도시'를 거론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하나도 세우지 못한 상태다.설사 정상 추진되더라도 향후 30년간 문화재보호구역에 묶이거나 시민 7만여 명의 사유재산 피해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각종 규제로 지난 43년 동안 고통받았고, 앞으로 30년간 더할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주 역사·문화특별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특별법이 통과하면 추진기구 구성과 함께 재원이 확보되면서 부동산 매입에 따른 보상금도 현실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예산으로 단기간 내 왕경지구 부지를 매입, 주민 수만 명을 신도시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여의치 않다면 도심에 대한 각종 규제를 최대한 해제, 문화재와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문화재 활용 보존' 개념을 도입하는 안도 생각해봐야 한다. 서울대 법대 정종섭 교수는 "일본은 문화재와 사람이 공존하는 활용적 보존으로 문화재 보호와 관광산업을 모두 성공시켰다"고 말했다.

고고학계 한 관계자도 "문화재가 매장된 지하는 보존하고, 지상은 개발해 골목길 투어, 민속촌, 예술인의 거리 등을 조성하면 국제적인 관광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마의 국보급 유적지로 관광 명소가 된 트래비분수 주변에는 수십 층짜리 빌딩이 즐비하다.

또 일본 천년고도 교토에는 고속철 신칸센 역사가 국보급 유적지 400m 지점에 위치하고 유명 사찰인 동대사 본당 경내에서는 기념품점이 있는 점도 벤치마킹 대상이라는 것.

이와 관련, 경주 시민단체들은 경주출향인 서울모임인 고도보존회(회장·이정락)와 함께 '고도보존법' 반대를 검토하고 있고 지난해 12월 경주시청에서는 '경주특별시 시민대토론회'를 가졌다.또 24일에는 일본 교토 등을 찾아 선진 역사도시를 벤치마킹할 예정이고, 3월에는 국회에서 관련 공청회를 여는 한편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 부처도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경주·박진홍기자 pjh@msnet.co.kr

사진: 각종 규제에 묶여 슬럼화한 경주 옛 시가지 점포들이 하나둘 영업을 포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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