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커밍 아웃?'
공교롭게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 영화 화제작이 모두 동성애를 다루고 있어 시선을 끈다.
우선 한국. 전국 관객 850만 명을 돌파한 올 겨울 최대 흥행작 '왕의 남자'는 알려지다시피 임금 연산과 연산이 총애한 광대 공길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비록 다양한 주제 의식 속에 동성애 코드가 그중 하나로 묻히긴 했지만 제목에서부터 동성애를 암시한다.
미국에서는 리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개봉 후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성공과 함께 골든글로브 4개 부문 수상, 미국 감독조합 감독상 수상 등에 이어 3월 5일(현지시간) 열릴 제78회 아카데미상 후보 지명에서 총 8개 부문에 이름을 올려 최다 수상작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
일본 영화 '메종 드 히미코'는 예술영화로는 드물게 일본에서 작년 10월 개봉돼 3개월간 3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데 이어 국내서도 단 5개관에서 개봉했으나 1만 명을 넘어서는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1960년대 와이오밍주의 한 목장을 배경으로 남성성의 상징으로 여겨진 카우보이들의 동성애 문제를 다룬 영화. 기독교적 가치가 지배하는 미국 사회에서 동성애라는 금기에 대해 담론의 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다.
'메종 드 히미코'는 남자 동성애자와 여성의 사랑을 다뤘다. 게이바 마담으로 활동하던 히미코에게 버린 아내와 딸이 있고, 그 딸에게 히미코의 애인이라고 밝힌 한 남자가 찾아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동성애를 다뤄왔던 영화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윌리엄 허트의 명연기가 돋보였던 영화 '거미 여인의 키스'와 황정민 주연의 국내 영화 '로드무비'도 동성애를 전면에 부각했던 작품이다.
그러나 지금껏 동성애는 주로 인디영화계에서 다뤄져왔던 것이 사실. 미국에서도 '브로크백 마운틴'의 흥행 성공에 대해 의아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동성애 소재는 주류영화계에서 껄끄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왕의 남자' 역시 개봉 전에는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운 듯한 제목으로 인해 고심했다. 여러 이름을 두고 고민 끝에 결정했지만 이준익 감독도 "단지 연산과 공길의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 아닌데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다른 제목도 여러 개 지어놓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성애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왕의 남자'의 성공은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진다. 탄탄한 드라마 전개의 힘이 크지만 정진영과 이준기의 키스신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동성애 코드의 부각은 2000년대 들어 '문화의 다양성'과 '정치적 허용성'의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영국을 비롯한 몇몇 유럽 국가에서는 동성애자들의 표를 의식해 결혼까지 허용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대선 당시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상원의원의 공개 토론에서 동성애 문제가 주요 주제로 논의되기도 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프리실라' '헤드윅' 등 기존 주류영화계에서 그려왔던 동성애자는 이질적이고 특이한 존재였으나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로 인해 이제는 일상적으로 들어와 동성애자를 또다른 화자로 내세우고 있다"고 말하며 "즉 가장 큰 변화는 동성애자를 '인간'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 자체"라고 평했다.
또한 카우보이나 궁궐 같은 남성성의 상징에서 동성애를 언급해 기존의 관념을 전복시키는 과감한 발상을 했다는 것.
그러나 동성애 소재는 하나의 유행이며, 젊은이들의 관심사에 머물 뿐이라는 시각이 많다. 심 씨는 "'왕의 남자'의 경우 과거의 일을 다룬 사극이라는 안전장치를 통해서 관객에게 접근했다는 점에서 아직 이를 주된 소재로 받아들이기에는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소재와 주제로 인간과 세계에 접근하기를 원하는 문화계의 특성상 '동성애'는 이제 막 양지로 나온 '전도양양한' 재료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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