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10)대구시인학교

입력 2006-01-23 10:38:13

"시 그리고 시인을 꿈꾸기에 우린 모였죠"

'빛나는 현대시와 함께'. 전국 최고의 현대시창작 전문강좌를 추구하는 대구시인학교의 캐치프레이즈이다. 1989년 1월 문을 연 대구시인학교는 올해로 17년의 연륜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문학지망생들이 여기서 시공부를 했다. 줄잡아도 800명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 5%도 안 되는 사람들이 문학에 끈질긴 집념을 보였고, 시인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한 사람은 30여 명에 불과하다. 그래도 한 곳의 문학강좌에서 이만한 숫자의 문인을 배출하기도 쉬운 일은 아닐 듯하다.

대구시인학교 출신들은 그 연륜에 걸맞게 각종 백일장과 권위 있는 문예작품 공모에 많은 수상과 당선자를 배출했다. 그러나 시종일관 공신력 있는 일류 지면을 통한 등단을 고집해왔다. "시는 아무나 쓸 수 있지만, 시인은 아무나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구시인학교의 시창작 지도방침이다.

시인은 저잣거리의 상표도 아니고, 베스트셀러도 아니라는 것이다. 오로지 작품성을 기저로 한 정당한 평가와 올바른 등단의 길을 추구하는 엄격성을 지켜왔다. 개강 이래 신구자·강해림·이은림·정이랑·이채운·최별희·이별리·임해·김안려·이동백·박이화·서하·장혜승·서담·임경림·정서리·서화경 시인 등이 오랜기간 수학을 했다.

또 정경진·우이정·김삼경·조만조·전문호·윤미전·강가애·이호월 시인 등이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정이랑 시인이 시집 '떡갈나무 잎들이 길을 흔들고'를 냈고, 이은림 시인이 문예중앙 젊은시인선으로 시집을 곧 출간한 예정이다.

시창작 강의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학행사와 문화체험도 벌여왔다. 달성군 가창면에서 여는 '진달래산천시회'는 올해로 15회째가 되며, 청도에서의 '복사꽃축제' '신록축제'와 영천에서의 '보현산 천문대 별빛시낭송회'도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뿐만 아니라 타 지역의 문학단체와도 손잡고 문학행사를 열고 있다. 충남 금산에서 '적벽강물소리시문학제'를, 울산 주전에서 '몽돌바다 시낭송회' 등을 공동개최하고 있으며, '밀양영화학교 문학의 밤'도 열 예정이다.

대구시인학교의 무대는 중국 서안과 만주땅,그리고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최근 서지월·정경진·윤미전 시인이 일본 도쿄의 '아시아환태평양시인회의'에 초청되었으며, 올해는 중국 길림신문과 연변일보 초청으로 제6차 만주기행을 떠날 예정이다.

특히 만주기행은 대구시인학교가 최근 몇 년간 주력해온 사업 가운데 하나로 압록강·두만강·흑룡강 등 우리 민족의 옛 젖줄을 둘러보며 시적인 영감을 얻고, 그곳에 거주하는 조선족 문예지와 교류를 통해 다양한 민족문학을 접해 볼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대구시인학교는 1998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다섯 차례나 만주를 다녀왔으며 그곳에 있는 연변문학과 장백산·도라지·아리랑·압록강·송화강·은하수 등 문예지와의 작품 교류도 꾸준히 펼쳐 오고 있다.

올해는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에서 '목단강'이라는 시화집 발간에 대구시인학교 사림시 동인들이 참여하며, 연길에서 한중합작 시잡지 '해란강'도 창간할 계획이다. 중국 측에서는 석화 시인이 한국 측에서는 서지월 시인이 공동주간을 맡는다.

출판사업으로는 현대시무크 '우리시대 젊은 시인들'을 7집까지 냈으며, 만해축전과 조계사 봉축시화전 및 모닥불시집 등을 간행했다. 대구시인학교에는 지금 입회한 지 1개월이 되는 회원에서부터 8년된 회원까지 50여 명이 문학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3시와 오후 8시 주·야간반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주간반은 정경진 시인이, 야간반은 전문호 시인이 회장을 맡아 시창작에 심혈을 기울이며 신인들을 독려하고 있다.

"세상이 빠르게 대충대충 굴러가니까 시도 그런 세태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시는 무엇보다 치밀하고 치열해야 합니다. 갈고 닦는 노력 없이는 시다운 시가 나올 수 없습니다.' 대구시인학교 지도시인인 서지월 시인은 사회의 정체성이 흔들릴수록 시대를 직시하는 시인의 의식은 깨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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