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마련·귀족학교 비판 '걸림돌'

입력 2005-12-29 14:24:29

자립형 사립고 대구도 생기나

교육부의 자립형 사립고 확대방침 발표 이후 전국에 6개뿐인 자립형 사립고가 과연 대구에도 생길 수 있을지에 교육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는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고 학교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지만 고교 평준화 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귀족학교'라는 비판도 만만찮기 때문. 장기적인 재원 확보 방안, 교원 구조조정 등 풀어야 할 과제도 한둘이 아니어서 현실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자립형 사립고란= 이름 그대로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학교 스스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학생과 교사 선발, 교육비 책정 등에서 정부 간섭을 받지 않는 학교를 말한다. 2002년부터 민족사관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 해운대고, 청운고, 상산고 등 6개교가 운영 중이다. 1년 등록금은 일반 고교의 3배인 300만~360만 원 이내에서 결정되고 학교 예산에서 재단 전입금 비율이 20% 이상이어야 한다. 교과 과정은 국민공통 기본과정 외에는 자율 편성할 수 있고 교과서도 자율적으로 채택할 수 있다.

◆과제= 교육부는 내년 3월까지 신청을 받아 2007년에는 20개로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사립고교들이 실제 전환하기에는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다. 가장 먼저 전제돼야 할 것은 재단 전입금 확충. 등록금을 일반 고교의 3배까지 받는다고 해도 학교 예산의 20% 이상을 재단에서 부담하려면 매년 10억~20억 원이 필요하다. 또한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할 경우 현재 30~40학급을 절반 정도 규모로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숫자의 교원 감축이 선행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교 내부 또는 교원단체와 생길 수 있는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도 문제.

◆전망= 교육부는 자립형 사립고 전환 요건 중 재단 전입금 비율 20% 이상인 학교가 현재 43개나 되기 때문에 확대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전교조 등은 "현행 자사고 중에서도 재벌기업 산하 학교를 빼면 순수 민간법인 학교는 3개교에 불과하다"며 "교육부가 말한 43개교 중에서도 재정이 부실한 학교가 많아 실제 참여할 학교는 드물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의 경우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일부 학교법인과 몇몇 법인 관계자들은 "여타 조건만 맞다면 재단 전입금을 확보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학교법인들이 심각하게 여기는 교원 구조조정 문제의 경우 대구시 교육청 관계자는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예퇴직이나 수익사업으로의 배치 전환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원을 줄이고 남는 인력은 공립고로 특채하면 가능하다는 것. 시교육청과 학교법인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협의를 통해 면밀하게 추진하느냐가 관건이다.

◆공영형 혁신학교= 교육부는 28일 종교단체나 비영리법인 등이 교육감과 학교 운영 계획 등에 대한 협약을 맺은 뒤 이에 따라 학교를 자율 운영하는 공영형 혁신학교를 자립형 사립고와 별도로 2007년부터 시범운영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시·도별로 한 곳씩 16개 고교를 운영한 뒤 성과가 좋으면 중학교로도 확대할 방침이다. 공영형 혁신학교는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학부모가 운영비의 3분의 1씩 나눠 부담하기 때문에 학부모의 부담이 일반 공립학교 수준에 불과하지만 자립형 사립고 못지않게 폭넓은 자율성이 보장돼 공립과 사립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학교 형태가 될 전망이다. 지역의 학교법인 관계자들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추진 여부를 말하기는 힘들다"면서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학교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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