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도용, 대구·경북에도 많았다

입력 2005-12-24 10:32:01

황우석 교수의 2005년 논문이 결국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과거 지역 학계의 논문 표절 도용 사례와 왜 이같은 일이 반복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논문 말썽 적지 않다= 지난 2002년 초 금오공대에 신규 임용됐던 신소재시스템공학부 ㅂ 교수가 7개월만에 사임했다. 이유는 논문 표절. ㅂ 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던 2000년과 2001년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이 외국학자의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난 것.

2001년 11월에는 통신분야의 세계적인 학회 전문지에 국내 교수 3명이 공동 명의로 게재한 논문이 외국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져 국제적 망신을 샀다. 경북대 ㅂ교수와 제자인 부산 동서대 ㅂ교수, 포항공대 ㅎ교수 등이 캐나다 빅토리아대 매닝 교수 등 3명의 논문을 상당 부분 베낀 것.

같은 해 5월에는 대구가톨릭대 경영학부 ㅈ교수가 정년보장 임용 및 재임용 대상자의 심사를 위해 제출한 연구실적물 중 논문 2편과 저서 3편이 제자의 논문을 도용한 것으로 드러나 파면되기도 했다.

1996년에는 경북대 의대 한 교수가 교육부로부터 연구비를 보조받아 제자의 논문이나 자신의 과거논문을 베낀 연구보고서를 제출한 사실이 감사원에 의해 적발됐고, 1995년에도 대구대 경제학과 ㅊ교수가 관여했던 7편의 논문 및 저서가 표절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논문을 내 박사학위를 받은 ㅊ교수의 제자들이 모두 대구·경북 지역 2년제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1992년에도 경북대 낙농학과 ㅂ교수의 논문과 제자들의 석·박사 학위 논문이 같은 실험 결과를 사용하고 내용까지 비슷한 것으로 밝혀져 결국 ㅂ교수가 해임됐다.

역내 한 교수는 "조작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쉬쉬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논문 표절과 데이터 조작 건수는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왜 반복되나=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된 성과주의와 '빨리빨리' 문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각 대학들이 발표한 논문 수를 기초로 성과급 결정과 승진, 재임용 등을 해 연구 실적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심하다는 것.

영남대 교수협의회 황평 위원장은 "실험을 통해 추출된 데이터 가운데 자신이 세운 목표에 맞는 것만 쓰려는 경향이 있다"이라며 "특히 우주항공이나 생명공학 분야 등 규모가 크고 비용이 많이 드는 실험 논문의 경우, 함께 연구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조작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고 했다.

동료 과학자의 연구 결과를 비판하는데 인색한 풍토도 비뚤어진 논문 양산을 부추기고 있다. 표절이나 조작으로 야기될 수 있는 불상사를 스스로 감독, 자정할 수 있는 내부 규율이나 검증시스템이 사실상 없다는 것.

△어떻게 바꿀까= 학계는 고의적 논문 조작이 드러났을 경우, 논문 취소와 해임 등 엄정 처벌하는 것은 물론 이후엔 학계에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논문 조작을 철저히 차단할 수 있는 검증시스템이 확립돼야 한다는 것.

역내 대학 한 교수는 "조작은 파렴치한 범죄지만 이를 밝혀내는 것은 극히 어렵다"면서 "미국 등 학문 선진국들처럼 조작 사실이 밝혀지면 언제든지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정착돼야 한다"고 했다.

홍덕률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황우석 교수의 2005년 논문에 의혹을 제기했던 젊은 과학 연구자들이 있었던 점을 미뤄보면 우리 학계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며 "부조리한 논문 작성 행태가 드러날 경우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언로를 틔우고 시스템을 갖춰야한다"고 주장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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