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형 성장으론 선진국 進入 어려워

입력 2005-12-20 11:52:00

정부는 올해 초 '경제 올인'을 천명하면서 동반 성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어제 수익과 성장성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간극이 더 벌어졌다고 발표했다. 동반성장은커녕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정부가 동반 성장을 내세운 것은 불균형 성장이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불균형 성장의 강화를 주장하는 수도권 여론에 굴복, 수도권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불균형 성장론의 근거는 성장잠재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니 응급 처방으로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수도권 규제를 풀어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를 유도하자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침체가 투자와 고용의 부진에서 초래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불균형 성장론자들의 처방은 잘못됐다. 설비투자 부진의 원인은 극심한 내수경기 침체 때문이다. 기업들이 내년도에도 설비투자 확대를 망설이는 이유는 내수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탓이다. 우리 경제는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수출 드라이브에 나섰던 과거 개발독재 시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처방을 요구하고 있다. 수출만으로는 고도 성장을 달성하고, 고용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더욱이 고용 없는 성장이 보편화한 마당에 수출제조업, 그것도 대기업에 편중된 불균형 성장 정책은 고용사정을 개선할 수도, 내수도 살릴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이유도 불균형 성장의 결과다.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동반 성장이 달성되지 않으면 성장 잠재력은 확충되지 않는다. 양극화로 허약해진 경제 체질과 지금까지의 불균형 성장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은 요원하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