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치, 연말 노래방 접수하다

입력 2005-12-17 13:32:48

연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모임이 송년회. 하지만 노래 못하는 사람들은 괴롭다. 이들은 '술고문'은 견뎌도 '노래고문' 만큼은 견디기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죽을 필요가 뭐 있으랴. 노래 못해서 오히려 뜬 탤런트 서민정도 있잖은가. 각 문화센터의 가요교실 강사들로부터 음치들이 노래방을 평정하는 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음치면 뭐 어때?' 자신감을

"단시간에 음치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음치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즐길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장인환(39·MBC라디오 즐거운 오후2시 진행, 삼성금융플라자 가요교실 출강) 씨는 노래방에서는 음치가 오히려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음치가 마이크를 잡으면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다는 기대를 하게 되고 집중을 하게 된다는 것. '노래 좀 못하면 뭐 어때'라는 식으로 자신있게 부르는 것이 중요하다.

●트로트, 발라드, 최신가요 3곡이면 OK

"노래 5곡만 마스터해 놓으면 평생 써먹을 수 있습니다. 최소한 트로트와 발라드, 최신가요 1곡씩 3곡은 준비해 둬야죠."

대백문화센터 가요교실 강사인 김봉석(36) 씨는 빠른 노래 2곡, 느린 노래 1곡이면 노래방에서 분위기 살리는데는 그만이라고 했다. 음치들이 분위기를 살릴 수 있을 만한 곡으로는 장윤정의 '짠짜라'와 최석준의 '꽃잎사랑', 누구나 편안하게 부를 수 있는 곡으로는 '목로주점'을 추천했다.

●작은 동작이지만 율동은 필수

논다, 즐긴다는 기분으로 자신감 있게 표정을 담고 율동을 곁들여야 음치임을 살짝 가릴 수 있다. 노래만 얌전히 하면 모두가 노래에 집중하게 되고 분위기는 썰렁해진다. 가사 보기에 급급해 청중들과 뒤돌아 서 있어도 분위기는 산만해진다. 자신감 있는 무대매너만이 분위기를 사로잡을 수 있다. 때론 무대를 펄쩍펄쩍 뛴다든지 권총 쏘는 흉내를 낸다든지 등의 돌출행동으로 좌중을 휘어잡는다.

●선곡만 잘해도 성공이다

"음치일수록 신곡을 골라 2절, 3절까지 다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중적인 노래를 선곡해서 박수를 유도하면 박자 맞추기도 훨씬 수월합니다."

장인환 씨는 '장녹수'처럼 박자 맞추기 어려운 곡보다 태진아 등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노래가 음치들에겐 유리하다고 했다. 포크송이나 캠프송 등 가벼운 노래들도 따라 불러 줄 수 있기 때문에 음치들에겐 도움이 된다.

김봉석 씨는 이혜리의 '당신은 바보야', 전승희의 '한방의 블루스' 등 정박자에 떨어지는 곡들이면 음치들도 무난하게 소화해낼 수 있다고 했다.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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