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시민구단 살림살이 '속앓이'

입력 2005-12-16 10:51:34

프로축구 신생 도민 구단인 경남FC가 16일부터 훈련에 나서는가 하면 강원 프로축구단도 2007년 도민구단 출범을 준비하는 등 기존 시민구단인 대구FC와 인천 유나이티드에 이어 시(도)민구단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시민구단은 울산 현대, 수원 삼성 등 기업 구단에 비해 재정 규모와 재정 확보의 제도적 여건 등이 열악해 이에 대한 보완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돈 많이 쓰는 기업구단, 가난한 시민 구단=현재 국내 13개 구단 중 시민 구단은 대구FC와 인천 유나이티드 등 2개 구단. 지역 유력기업 컨소시엄으로 출발했던 대전 시티즌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시민구단 전환을 준비중이고 내년 리그부터 참가하는 경남FC까지 합치면 시(도)민구단은 4개 구단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프로축구계에 따르면 연간 예산과 관련, 기업 구단은 구단 규모별로 100억 원~200억 원 이상을 쓰고 있고 시민 구단은 70억 원~100억 원 정도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매년 발생하는 적자에 대해 기업 구단은 기업의 지원을 받지만 시민 구단은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민 구단이 지역 기업과 시민들의 주주 참여로 만들어져 지역 연고를 확실하게 할 수 있어 바람직한 형태로 여겨지지만 국내 프로축구가 활성화돼 있지 않은 현실에서 입장료 수입, 광고 수익 등에 의존하는 재원 마련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시민 구단간에도 차이 난다=국내 최초의 시민 구단인 대구FC는 창단 전 지역 기업과 시민 4만8천여명이 참여, 160억 여원을 마련한 후 2003년부터 연간 70~80억여 원을 쓴 반면 유니폼 광고, 경기장 광고, 입장료 등 수익은 지난해까지 매년 20~30억 여원에 그쳤다. 부족한 운영비는 유니폼 광고 등의 형태로 지역 기업들의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나 대구FC는 그러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나마 올해의 경우 하반기에 두산산업개발을 유니폼 광고로만 20억 원에 후원업체로 유치하는 등 성과가 있어 올 시즌 전 50억 원 규모로 예상되던 재정 적자를 30억 원 규모로 줄였다. 대구FC는 그간 긴축재정을 통해 100억 여원의 자금을 확보해 놓은 상태.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우 창단 전 4만7천여명의 주주를 통해 180억 여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지역의 대기업인 GM대우와 대덕건설을 통해 유니폼 광고로만 연간 40억 원을 확보하기도 하는 등 대구FC에 비해 풍부한 재정을 자랑했다. 그러나 GM대우의 사정이 어려워지고 예산도 상대적으로 많이 쓰는 바람에 재정 상태가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최근 창단한 경남FC는 도민주 공모를 통해 3만7천여 건, 77억여 원을 모금했고 ㈜STX를 주 후원사로 확보, 유니폼 상의 광고와 경기장 광고, 로고 독점권 등을 주는 대가로 5년간 매년 40억 원씩 모두 200억원,두산중공업과 유니폼 광고 등으로 3년간 30억 원, 무학소주와 5억 원의 후원 계약을 맺는 등 광고 마케팅 규모를 크게 늘렸다.

△기업 광고 후원 증대, 제도 보완 등이 해결책=시민 구단 출범시 구단 간 재정 차이가 나는 것은 지역 대기업유무 여부도 좌우하지만 인천과 경남의 경우 인천시장과 경남도지사가 구단주가 돼 적극적으로 지역 기업들을 광고 후원 형태로 참여시킨 데 비해 대구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 대구지역 기업들은 대구FC에 주주로 참여한 이후 광고 후원 등에 소극적으로 일관해왔다.

또 국내의 경우 시민구단이 활성화돼 있는 영국, 일본 등과 달리 지방자치단체가 출자할 수 없도록 돼있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시민구단에 출자할 수 있도록 하는 체육진흥법안이 내년중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알려져 해소될 전망이다. 강원 프로축구단의 경우 지자체의 출자를 전제로 시민 구단을 추진 중이다.

지역 축구계 관계자는 "시민 구단은 프로축구단의 바람직한 모델로 일부 기업 구단중에서도 시민 구단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 구단을 위해 지역 기업들이 광고 후원에 적극적으로 나서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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