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십자 제3표장 '붉은 수정' 채택

입력 2005-12-09 09:12:13

국제적십자운동 창설협약(제네바협약) 체약국들은 8일 새벽(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외교회의에서 '붉은 수정(赤水晶)'을 제3표장으로 추가하는 의정서를 채택했다. 그러나 체약국들은 추가 의정서를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채 외교회의를 당초 예정한 이틀에서 하루를 더 연장해야 했고 총의(컨센서스) 대신 표결이라는 형식을 택함으로써 모양새를 구겼다. 제네바협약 수탁국으로서 회의를 소집한 스위스는 지난달 29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측의 타협이 이뤄져 이번 회의를 낙관했으나 시리아의 주도로 이슬람회의기구(OIC) 국가들이 의정서 수용을 막판까지 거부하자 표결을 요청하고 말았다.

회의가 이처럼 진통을 겪은 것은 시리아 측에서 팔레스타인 적신월사가 이스라엘 측과의 합의에 따라 점령지구 내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자국 적신월사도 골란고원에서의 활동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비롯됐다.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양자 협상이 무산된 뒤 실시된 표결 결과는 찬성 98표, 반대 27표, 기권 10표로, 찬성표가 승인에 필요한 3분의 2선을 넘었다. 반대표를 던진 국가는 대부분 OIC회원국들이었고 중국과 북한, 이란, 쿠바 등도 이에 가세했다.

추가 의정서가 채택됨으로써 지난 1949년 이후 종교상의 이유로 기존의 표장인 적십자와 적신월 표장을 거부해 가입의 길이 막혀 있던 이스라엘은 근 60년 만에 국제적십자운동 가입이라는 숙원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이스라엘의 가입은 추가 의정서 채택으로 당장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십자운동 기구들의 총회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이다. 적수정은 스위스가 이스라엘의 재난 구호단체인 마겐 다비드 아돔(MDA·다윗의 붉은 별)의 가입을 실현하기 위해 제시한 대안. 스위스 측은 지난 9개월 동안 적수정이 아무런 국가, 종교, 문화적 상징성을 갖고 있지 않다며 아랍국들을 설득해왔다.

스위스 측은 이스라엘과 외교회의가 표대결이라는 보기 좋지 않은 형식을 취한 데 대해 몹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당초 지지를 약속했던 아랍국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데 대한 배신감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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