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가격 천차만별 이유 뭘까

입력 2005-12-09 09:20:19

주부 이모(34) 씨는 얼마 전 냉장고를 구입하려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검색한 가격이 똑같은 모델인데도 20~30만 원가량 차이가 났고, 실제 백화점, 전자전문점 등에서도 적잖은 가격 차이가 있었기 때문. 이런 의문에 대한 대답도 매장마다 달랐다. 일부에선 "값이 지나치게 싼 것은 '뒤로 나온' 무자료 제품이라서 믿을 수 없다"고 했고, 또 다른 매장에선 '모델번호가 같아도 내부 부품들에서 차이가 난다"고 했다. 급한 형편에 냉장고를 사기는 했지만 이씨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왜 이렇게 가격이 다르죠?", "뭐가 이렇게 복잡합니까?" TV나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 가전제품을 구입하려고 쇼핑을 나선 사람들 입에서 하나같이 터져나오는 불만들이다. 왜 이렇게 가전제품 가격이 천차만별일까?

◇왜 이렇게 가격이 다른 것일까?

먼저 가전 제조사들이 시장에 내놓는 제품의 종류가 다르다. 종류가 다르니까 가격도 다른 것은 당연하지 않으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제품 종류는 똑같은 모델에서 옵션만 조금씩 바꾼 것을 뜻한다. 가령 ABC-700이라는 모델 이름의 냉장고가 시장에 나왔다면, 다양한 아류들이 함께 등장한다. 색깔에 따라 700W, 700R, 700B 등이 있을 수 있고, 또 홈바 개수에 따라, 심지어 표면처리 방식, 철판의 두께에 따라서도 모델 뒤에 붙는 이름이 달라지고 가격도 차이가 난다. 결국 '모델 번호도 비슷한데 왜 이렇게 가격이 달라요?"라고 묻는 것은 잘못된 질문이다. 모델 번호는 알파벳 또는 숫자 하나만 달라도 전혀 다른 제품을 뜻할 수 있다.

판매점의 마진 폭에 따라서도 가격은 달라진다. 종합유통단지 전자관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런 측면에서 백화점은 다소 비쌀 수밖에 없고, 전자관은 다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첫 출시일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중요하다. 가령 9월 하순에 출시된 따끈따끈한 최신 제품의 경우 일단 백화점에서 먼저 선보이는데 그만큼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다. 이후 다른 신제품이 출시될 즈음이면 9월 출시 제품은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제조사도 재고를 없애기 위해 대폭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내놓는다.

◇모델번호가 같아도 속은 다르다?

구매자 입장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게 바로 모델번호다. 길게는 10자리가 넘는 알파벳과 숫자가 조합된 모델번호는 웬만한 사람들을 질리게 할 정도. 때문에 매장 직원들조차도 숫자며 알파벳들이 의미하는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결국 고객들에게 다 엇비슷하다거나 단순히 색상 차이라는 등의 잘못된 설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델번호는 주민등록번호처럼 엄연히 의미가 있고, 또 제품마다 확연한 차이를 두고 있다. 결국 가격 비교를 하며 쇼핑하고 싶다면 반드시 모델번호를 챙겨야 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냉장고 가격을 검색해 마음에 드는 모델번호와 가격을 적어서 일반 매장을 찾을 경우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은 '그런 모델은 없는데요'라는 것이다. 대구백화점 생활팀 차창호 과장은 "제조사가 대리점 및 백화점용, 전자전문점용, 대형할인점용을 따로 만들기 때문"이라며 "결국 앞 숫자는 비슷한데 맨 뒤에 붙는 알파벳 한두 자리가 틀릴 경우 다른 모델들을 만나게 된다"고 했다.

이런 경우 대부분 매장에선 "기능상 차이가 거의 없는 제품"이라며 구매를 권유한다. 하지만 이 말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기본구성은 같을지 몰라도 옵션에선 적잖은 차이가 난다. 결국 비슷한 모델번호라고 덜컥 샀다가는 인터넷 정보와는 사뭇 다른 제품을 사는 셈이 된다.

아울러 구매자들이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똑같은 모델이라도 파는 곳에 따라 성능이 다르다'는 것. 하지만 이 말은 틀렸다. 모델번호가 같다면 그 제품은 기본구성부터 옵션까지 전혀 차이가 없다. 모델번호가 똑같은데 가격에서 격차가 있다면 유통단계나 마진 폭에서 비롯된 차이일 뿐 제품 자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똑같은 모델번호인데 가격이 10만~20만 원 싸다면 횡재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일부 인터넷 쇼핑몰에서 내건 최저가 상품을 덜컥 주문했다가는 돈만 날릴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어디서 사는 게 유리할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마음에 드는 곳에서 사면 된다. 백화점이 비싸다는 것도 어떤 점에서는 편견이다. 실제 백화점 판매가는 인터넷 쇼핑몰은 물론 할인매장, 전자전문점 등에 비해 다소 비싸다. 하지만 그만큼 프리미엄급 제품을 다룬다고 보면 된다. 풀옵션을 갖춘 최신 제품을 남들보다 일찍 구매하고 싶다면 백화점을 이용하면 된다.

동아백화점 생활문화용품팀 김용기 대리는 "백화점에서 거의 매달 여는 '가전 초대전'을 활용하면 수십만 원을 아낄 수 있다"며 "어제까지 200만 원에 팔던 제품도 초대전이 시작되면 10~30%까지 가격이 내려간다"고 했다.

물론 초특가로 판매되는 제품은 수량이 한정돼 있어서 구매가 쉽잖다. 가령 50인치 PDP-TV(HD급, 일체형)의 경우 인터넷 쇼핑몰 가격이 600만 원대로 소개돼 있지만 백화점 초대전에선 560만 원까지 가격이 떨어지기도 한다. 물론 이런 경우 판매 수량은 1~3대 정도. 또 아파트 신규 입주고객이나 혼수용품 구매 고객에게는 3.5% 추가 할인도 있어 백화점 문턱이 높은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최신 제품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또 풀옵션은 필요없이 기본기능만 충실한 제품을 원한다면 할인매장이나 전자전문점, 종합유통단지 등을 찾으면 좋다. 아울러 발품을 많이 파는 만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특히 최소 10년을 사용하는 가전제품을 구매할 경우, 가격과 모델번호를 미리 알아본 뒤 각 매장을 돌면서 비교 검색하는 것은 알뜰 살림의 필수 요소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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