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온라인에선 내가'짱'

입력 2005-12-08 14:26:21

현실에선 무능, 게임에선 유능

지난달 20일 9시간 동안 온라인 게임을 하던 고등학생이 심장마비로 쓰려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9월에도 게임에 몰두하던 17세 고등학생이 자신의 방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는 등 게임 중독에 의한 사고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온라인 게임 강국이라고 하지만 올바른 게임 문화 부재로 각종 부작용이 사회 전반에 양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 게임 중독 예방을 위한 대안으로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면 자동적으로 게임이 종료되는 '셧 다운' 제도를 도입하자는 안이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지만 찬반 논란이 거세 입법이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수능생들의 경우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에 젖어 자칫 평소 많이 하지 못했던 게임에 몰두하기 쉽다. 또 겨울 방학을 앞두고 있는 부모들은 방학 동안 자녀들이 건전한 야외 활동 대신 게임에 몰두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게 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20~40%가 게임 중독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중독의 진단, 증상 및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증상

게임중독이란 게임을 과도하게 하여 병적 집착, 내성, 금단 증상, 일상생활 장애 등이 초래되는 상태를 말한다. 중독되었을 경우 게임시간을 조절하지 못하고 점차 게임시간이 늘어나며 게임을 하는 동안 행복감을 느끼지만 게임을 하지 못하면 우울, 불안, 공허감을 느낀다. 게임 시간을 강제로 줄이면 무력해지고 안절부절 못하며 친구들을 직접 만나는 것보다 게임 하는 것을 더 좋아해 친구 관계에도 변화가 온다. 참을성이 없어지면서 짜증이 늘어나고 가족들 간 화목도 깨어진다. 게임 중독자는 컴퓨터 과다 사용을 부정하고 부모는 게임을 중단하거나 시간을 줄이라고 요구를 하게 되어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

게임을 하느라 밤 늦게 자기 때문에 지각하거나 수업 시간에 조는 경우가 많다. 식사를 거르고 게임을 하지 않을 때도 게임에 대한 생각에 빠져 수업에 집중을 못해 학교 성적이 떨어지거나 심한 경우 등교 거부까지 일어나기도 한다. 만성피로, 수면장애, 손목 통증, 긴장성 두통, 허리의 통증, 위장장애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평소 장시간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20대 초반의 건강한 대학생에게 6시간 30분 동안 게임을 하게 한 뒤 혈류 속도를 초음파 장비로 측정한 결과, 게임을 시작한 3시간 뒤부터 혈류 속도가 느려졌고 6시간 뒤에는 혈액이 역류해 혈전 현상이 나타났다.

■원인

현실에서 채우지 못하는 재미와 욕구를 쉽게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통제력과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쉽게 게임에 중독되는 경향이 있다. 게임 중독자에게 인터넷은 현실 세계보다 더 매력적인 곳이다. 그들은 게임을 하는 동안 스트레스나 현실의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 현실의 스트레스나 어려움을 게임을 통해 회피하려는 기대는 점점 더 현실 문제를 외면하도록 만들어 게임 중독에 더 빠지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게임중독이 있는 학생들 가운데 각성상태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평소 각성 상태가 떨어져 있다가 게임을 하면 과다하게 각성되면서 자신이 유능하다는 느낌을 갖게 돼 게임을 계속하게 된다는 것.

또 심리적,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상당수 게임 중독 청소년들은 약하거나 중간 정도의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이들은 우울증이나 인생사의 어려움을 게임을 통해 보상받으려 하고 중독 증상은 우울증을 줄이려는 행동의 일환이다. 그외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충동조절장애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방 및 치료법

예방을 위해서는 컴퓨터를 거실과 같이 공개된 공간에 배치하고 올바른 자세나 조명 아래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다 마친 후에 게임을 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게임하는 시간을 정해서 꼭 지키도록 하고 못 지키면 벌칙을 정해 두어야 한다. 현실세계에서의 대인 관계와 신체적인 활동을 늘려 주고 PC방에 가더라도 친구와 같이 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모도 컴퓨터를 배워 자녀들의 컴퓨터 활동에 동참하고 자녀와 대화를 많이 나눠 컴퓨터와 접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게임 중독이 심하지 않을 경우 일주일 동안 컴퓨터 사용시간, 이용하는 게임의 종류와 정도 등 전체적인 게임 사용 패턴을 분석하도록 해서 문제되는 게임활동이 무엇인지 검토하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또 게임을 하면 무엇이 좋은가, 게임을 함으로써 잃어가는 것이 무엇인가를 청소년 스스로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게임 중독이 심해 주변 환경의 변화로는 치료가 안 될 경우 아예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갑자기 게임을 하지 못하면 불안해지고 예민해질 수 있다. 이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게임을 하고 싶은 유혹을 줄이고 게임을 중단할 수 있는 의지력을 길러 주어야 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도움말:최상용 대구파티마병원 신경정신과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