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학술원회원 최태영 박사 타계

입력 2005-12-05 08:52:24

105세, "주변에 알리지 마라" 유언

전현직을 통틀어 최고령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인법학자 겸 한국상고사학자인 최태영(崔泰永) 박사가 지난달 30일 향년 105세를 일기로 타계해 2일 발인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학술원 관계자는 "주변에 알리지 말고 조용히 장례를 치르라는 고인의 유언을받들어 유가족 측에서 한사코 부고 사실을 공포하기를 거부했다"고 4일 말했다. 이에 따라 학술원에서는 학술원 차원의 문상을 하거나 조화 등을 보내지 않았으며, 타계 사실에 대한 보도자료 배포도 하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학술원에 의하면 최 박사는 지난달 30일 오후 10시에 타계해 빈소는 부천 순천향대학병원에 마련됐으며 가족들만 조문한 가운데 조용히 장례는 치러졌다. 병원측에 확인 결과 발인은 2일 오전에 있었다.

고인은 1900년 3월28일 황해도 장련 출생으로 역대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중 최고령이다. 아울러 1954년 학술원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학술원 회원을 역임하고있는 거의 유일한 주인공이었다. 고인은 한국 근대 법학사에서는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인물로 기록되지만그보다는 한국상고사 연구에 매진함으로써 소위 '재야사학의 대부'로 널리 일반에알려져 있다.

1921년 일본 메이지(明治)대학 예과를 졸업하고, 1921-24년에는 같은 대학 법학부에서 법철학과 상법, 법학사를 전공했으며 1958년에는 중앙대에서 명예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25년 보성전문(고려대 전신) 교수로 취임함으로써 한국인 최초로 법학 정교수가 되었다. 이를 시발로 고인은 한국 근대법학의 태동과 발전기에 보성전문, 서울법대 등에서 50년 동안 상법과 헌법, 민법, 국제법, 행정법, 법제사를 강의했다.

1930년대에는 논문 '바빌로니아 함무라비법 연구' '유가증권 세계 통일법의 해설' '히브리법(토라)연구'를 발표했으며, 1934-1937년간 발행된 최초의 대학학술지인 '보전논집'(普傳論集) 편집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해방 뒤에는 법전 편찬위원, 고시전형위원이 되어 헌법을 제외한 대한민국 법과고시령을 제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상법 중 유가증권법은 세계 통일법을 취하고 민법 중의 불법행위는 영국법을참작했으며 고시과목에 국사를 포함케 한 주인공이었다. 아울러 서울대와 부산대 창립에도 참여했다.

1950년대 상법 관련 국내 최초 저작으로 거론되는 '현행 어음 수표법'을 냈으며, 60년대에는 공저로 '법학개론'과 '신(新)민법총칙'을 발간했다. 1977년 출판한'서양 법철학의 역사적 배경'은 바빌로니아 법부터 서양의 고대, 중세를 거쳐 근대켈젠(Kelsen)과 코잉(Coing)에 이르는 서양철학을 해설, 비판했다. 이 책은 학술원 저작상을 수상했다.

법학을 고리로 동서양 법사상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는가 하면 한국과 중국의 법철학에 관한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이런 관심은 결국 본격적인 한국고대사연구로 귀결됐다.

그 결과 단군신화에 관한 삼국유사 기록에서 보이는 '환인(桓因)'이란 말은 '환국(桓國)'이란 말이 변조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일본 고대 율령집인 연희식(延喜式.엔키시키) 분석을 통해 일본 황실에서 숭배한 신들 중에 한국신이 있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이런 고대사 연구성과는 '한국상고사' '인간 단군을 찾아서' '한국 고대사를 생각한다' 등의 저서로 정리됐다. 유족으로는 아들 원철(77.의사).딸 정철(70).사위 서권익(70.변호사) 씨가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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