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에서-시인에 대한 감사의 인사 시집 한권 사주기

입력 2005-12-03 09:27:07

문학은 종교가 해결할 수 없는 인간적 문제를 해소하는 최후의 보루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문학의 다양한 장르 가운데 시는 단연 꽃 중의 꽃이라고 하겠지요. 그래서 거개의 문학도들은 시로 문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문단에는 시인들 인구분포가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막말로 하자면, 그 많은 시인 가운데 시만 써서 생계를 해결하는 이른바 전업 작가는 희귀동물에 속합니다. 시인은 한 이미지를 메타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합니다. 한 단어, 한 문장을 위해 시인이 흘린 처절한 혈흔은 바로 시인의 훈장이자 고통인 것입니다.

밥도 술도 생기지 않는 이 미친 노릇을 왜 감내하는지 그것이 내 인생의 불가사의라는 어떤 시인의 자괴는 시인의 삶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런 시인들이 엮어내는 시집, 그것은 그 시인의 전부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닌 것입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시집은 상업적으로 보아 제로섬 게임입니다. 물론 백만 부를 상회하는 공전의 대기록을 세운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는 아주 특별나고 예외인 케이스지요.

전국의 서점에 고르게 배본하려면 책의 초판은 최소한 천부를 제작해야 하는 게 출판계의 상식입니다. 그런데 몇 해 전 국내 굴지의 전문출판사에서 모 시인의 시집을 발행했는데, 일 년 간 판매 부수가 고작 열세 권이었다는 실소 끝에 눈물이 삐져나오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흔히 말하기를 시인은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인은 자신이 엮어내는 시집에 대해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혹시 서점에 들르는 일이 있다면 시인의 자유를 위해 시집 한 권 사는 것도 좋은 일 일겁니다. 시집 값?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대게 만원 미만이거든요. 그게 여러분이 그 시인에게 선물하는 바로 시인의 자유 한 조각 값인 것입니다.

박상훈(소설가.맑은책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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