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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11-30 15:50:34

제주의 섬,우도

'제주의 속살을 보려거든 우도(牛島)로 가라.' 모래알까지 셀 수 있을 정도의 투명바다와 산호사 해변, 오름과 목초지, 동굴, 돌담…. 우도는 마치 제주 자연의 여러 부분들을 섬 안에 압축해 펼쳐놓은 듯하기 때문이다. 섬 전체가 제주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성산 일출봉에서 보면 소가 한 마리 한가롭게 누워있는 형상의 길쭉한 섬이 우도. 알고보면 우도 자체도 소머리오름이라는 오름이다. 지난주말 제주를 압축해놓은 우도를 향한 배에 올랐다. 출발은 성산포항. 우도항까지는 15분 거리. 가깝다.

우도에서 가장 먼저 들르는 우도봉으로 향한다. 132m의 야트막한 봉우리로 섬을 둘러싼 기암절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이 기암절벽과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누구나 사진 한컷을 하고 내려간다. 몇 년 전과 달리 검멀레해수욕장 쪽에서 오르는 탐방로를 따로 마련해둬 더 멀어졌다. 하지만 쉬엄쉬엄 우도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오르는 맛도 괜찮다. 분화구 속의 잔디밭이 장관이다. 말 몇 마리가 뛰어다닌다. 우도봉 꼭대기엔 우도의 해안을 등진 하얀 등대가 아름답다.

우도봉 아래의 검멀레 해안은 이름처럼 검은 모래가 뒤덮고 있다. 주위의 절벽도 온통 검다. 해변을 따라 펼쳐지는 경치가 그만이다. 우도에선 산호사해수욕장엔 꼭 들러봐야 한다. 우도 서쪽 서천진동과 상우목동의 경계가 되는 해안에 있다. 서빈백사(西濱白沙)라고도 한다. 모래사장은 눈이 부실 정도로 희다. 그래선지 바다빛깔도 동남아 유명 관광지의 산호섬과 비슷하다. 제주가 아니고서는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바다색이다.

우도엔 몸만 들어와 우도순환관광버스로 여행하는 방법도 있다. 버스가 우도봉, 검멀레 등 각 도착지마다 20∼30분정도 대기한다. 전체 소요시간은 약 2시간. 하지만 이왕 제주의 속살을 보기위한 목적이라면 도항선에 자동차를 싣고 가는 편이 좋다. 왕복 2만7천 원. 도항선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우도항(천진항)에선 1시간 간격, 하우목동항에선 2시간 간격으로 다닌다.

관광버스에 비해 자동차가 좋은 점은 제주의 속살을 헤집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해안을 따라 도로가 나있어 드라이브에도 딱인 곳이다. 특히 우도는 돌담이 아름답다. 파랗게 싹이 난 마늘밭을 나누는 돌담의 높이가 보통이 아니다. 구멍이 쑹쑹 뚫린 돌담이 거센 바람에도 버티고 있는게 신기하다. 이 돌담은 동네 안으로 연결된다. 이 골목, 저 골목 지나다니며 제주의 속살을 훔쳐볼 만하다.

자동차보다 더 샅샅이 살펴보려면 자전거여행이 안성맞춤이다. 지형이 평탄해 자전거를 타고 섬을 돌아보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서쪽해안의 해변도로는 특히 낭만적인 하이킹 코스. 자전거 문의는 동천진동항(064-782-2115)과 검멀레(064-784-6678), 하우목동항(064-783-6735)에서 대여할 수 있다. 자전거 일주는 2~3시간이 걸린다. 미리 예약하면 도착항구에 자전거를 갖다준다. 1시간 2천 원, 3시간 5천 원.

◇ 제주, 알고 떠나자

제주여행의 필수인 렌터카가 많이 싸졌다. 요즘 같은 비수기는 대부분 60% 이상 할인을 해준다. 다만 인터넷을 뒤지는 노력쯤은 감수해야 한다. 펜션과 연계하면 할인율은 더 커진다. 제주도 렌터카에는 제주도 전용 내비게이션이 설치되어 있어 관광지와 식당, 숙박업소 등에 부여된 고유번호만 입력하면 어디든 쉽게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의 도움이 필요없을 만큼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게 억새. 때론 해안도로를 버리고 내륙도로를 달려볼 만하다. 목적지는 없어도 좋다. 제주도에선 과감하게 길을 잃어버리는 게 더 좋을 때도 있다. 의외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해 낼 수 있기 때문. 길을 잃고 나면 또 다른 아름다운 길이 반긴다.

제주도는 관광지 입장료가 비싼 편이다. 렌터카 업체에서 제공하는 할인쿠폰을 미리 챙겨 가거나 인터넷에서 할인티켓을 프린트해 가면 유용하다. 이즈음 제주도 여행의 백미는 감귤. 어디를 가든 돌담 안에서 나지막한 키의 감귤나무엔 샛노란 감귤이 가지가 부러질 만큼 달렸다.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고 따고 싶은 유혹을 참기 힘들 정도. 그럴 땐 감귤따기 체험을 하면 된다. 대체로 2천 원의 입장료를 내면 감귤밭에 들어가 직접 딴 감귤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제주도 남원읍에 있는 '최남단체험감귤농장'(064-764-7759)엔 감귤따기 체험과 함께 잘 알려지지 않은 감귤나무, 감귤 종류 등을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사계절 내내 수확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확한 귤은 직접 사올 수도 있다. 5㎏기준으로 1만5천 원. 택배비 5천 원을 내면 집까지 배달해준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은 또 있다. 소인국테마공원에 들렀다가 이왕이면 도깨비 공원(064-783-3013)에도 들러보자. 우리 정서 속에 아스라한 호롱불을 밝히던 시절의 도깨비들을 해학적이고 친숙하게 만들어 놓았다. 내친 김에 김녕미로공원(064-782-9266)에도 들러보자. 이곳에선 굳이 길을 찾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지도가 그려진 안내도를 챙길 필요도 없다. 가족과 연인과 정갈하게 다듬어진 랠란디 나무 숲속을 여유있게 걷는 추억의 장소다. 그저 마음가는 대로 30여 분 걷다 보면 출구다.

글·사진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사진: 우도봉 등대에서 내려다본 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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