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부대 이전 '토양오염' 복병 만났다

입력 2005-11-30 10:52:06

반환을 앞둔 전국 미군부대의 토양과 수질이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나타난데다 대구 미군기지에 대한 오염조사도 진행 중이어서 환경 오염도가 미군부대 이전의 최대 복병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9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환경오염조사를 벌일 계획인 전국 32곳의 미군기지 가운데 조사가 끝난 19곳의 대부분(15~16곳) 미군기지에서 국내 토양오염 우려기준과 수질오염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름에 의한 토양오염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현재 조사가 진행중인 대구 등 9곳의 미군기지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같은 오염은 최근 국회 환노위 소속 김형주 의원(열린우리당)이 공개한 '2005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 실태'에서도 드러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지역 15곳 중 14군데의 미군기지 토양에서 등유, 경유, 제트유, 벙커C유로 인한 오염 여부를 나타내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기준치보다 최대 100배 이상 초과검출됐다. 또 납은 102배, 구리 20배, BTEX(벤젠·톨루엔·에틸벤젠·크실렌)는 14배쯤 기준치를 웃도는 양이 검출됐다는 것.

수질오염원 경우 중추 신경계를 마비시키고 피부조직을 부식시키는 페놀이 먹는 물 수질기준치보다 최대 100배 이상 초과검출됐고 백혈구 감소 및 경련 등을 유발하는 벤젠은 39배, 발암성 물질인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은 2.7배나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대구 남구 봉덕동 미군 캠프워커 기지 내 H-805 헬기장과 A3 비행장 활주로 이전에 앞서 진행중인 '한·미 합동 환경오염조사'에서 환경 및 토양오염 수준이 기준치 이상으로 나올 경우 원상복구 후 이전해야 돼 10년을 끌어온 부대이전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신학 대구 남구청장은 "환경오염 여파로 자칫 이전작업이 난항을 겪을까 우려된다"며 "만약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더라도 원상복구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29일 대구를 찾은 이재용 환경부장관은 "대구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결과가 나오면 이전작업은 원상 복구가 끝난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이전예정지가 아닌 대구지역 3곳의 미군기지에 대해서도 환경오염조사를 대대적으로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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