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청도 용암온천으로 가는 길목. 청도군 화양읍 유등리 김형숙(72)씨 집은 길가에서도 보이는 예쁜 전원주택이다. 넓은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나지막한 돌담이 먼저 눈길을 끄는 집. 돌담 위로 멋스럽게 휘어진 소나무들이 절로 운치를 느끼게 한다.
"밤에 조명이 켜지면 레스토랑인 줄 잘못 알고 찾아오는 분들도 있지요."
늘 구경 오는 이들이 많지만 집 얘기를 하며 이방인도 반겨 맞이하게 된다는 김씨. 6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대구 상동에 있는 집에서 매일같이 들락거리며 손을 대기 시작한 집이니 갖은 정이 들만도 하다.
"5년 동안 낡고 빈 농가로 누구도 돌아보지 않던 곳이었습니다. 온천을 들락거리다가 터가 마음에 들어 조금씩 땅을 넓혀 예쁜 전원주택으로 만들었지요."
대지 430평에 건평이 35평. 정원에 많은 신경을 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3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정원에 대해 조금 아는 분들은 정말 고생 많이 했다고 말씀해 주시지요."
그도 그럴 것이 잡초 하나 없이 잘 가꾸어진 정원이 전문가의 손을 빌린 것이 아니라 아마추어인 김씨의 솜씨이기 때문.
"전문가를 들이면 돈이 더 들지 않습니까. 원래 정원을 가꾸는 게 취미이지만, 사실 '골병'이 들었지요."
김씨는 웃음을 지으며 지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길보다 움푹 꺼진 땅을 2, 3m 정도 돋우기 위해 차로 실어 나른 흙이 200∼300대 분량. 소나무는 낙락장송으로 오래 될수록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그는 소나무는 물론이고 향나무도 포항에 가서 직접 가져 왔다고 한다. 죽대처럼 멋있게 자란 연달래. 봄이 되면 진달래, 철쭉 등 예쁜 꽃들로 아름다워지는 정원은 지금은 반출이 금지돼 있지만 예전에 제주도에서 가져 온 돌 등이 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골동품 수집이 취미인 김씨의 취향을 한 눈에 엿볼 수 있었다. 거실 테이블은 제주도 연자방아를 이용해 만든 것. 옛날 화초장, 찻상, 화로 등 골동품들 사이로 19세기 말∼20세기 초 유제촛대도 눈에 띄었다.
"교회에 다니지만 스님들이 들러서 하는 말이 닭이 알을 품는 형상으로 좋은 집터라고 하네요. 거실에서 바라보면 멀리 청도의 남산이 보이고 달이 뜰 때나 눈이 올 때나 아늑한 느낌입니다."
청정마을에서 살다 보니 잔기침하던 것도 없어졌다는 김씨는 정원과 텃밭을 가꾸고 온천·찜질 등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분홍빛 복숭아꽃이 활짝 피는 내년 봄에는 정원을 더 예쁘게 가꾸고 싶다고 했다.
글·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 : (위로부터)1.나지막한 돌담 위로 예쁜 조명이 켜지는 김형숙씨 집은 밤이 되면 또 다른 분위기를 낸다.
2.제주도 연자방아, 촛대 등 골동품들로 꾸민 집 거실.
3.제주도 돌 등으로 멋스럽게 꾸민 정원. 봄이 되면 돌에서 고개를 내미는 야생초도 볼 수 있다.
4.고가구들로 꾸민 집 거실. 정재호편집위원 jhchu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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