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수입 어류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이후 확대일로에 있던 식품안전문제는 급기야 국산김치에서 기생충알이 발견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이르러 전 국민을 긴장시켰다. 매일 접하는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발견되었다는 발표로 식품 안전문제의 마지막 보루인 식탁까지 점령당한 국민들은 배신감과 허탈감에 빠져야 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물론이고 학계, 업계 및 관련단체 등에서 연일 정부에 대한 질책과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대안으로 식품안전관리업무 일원화를 제시하고 있다. 얼핏 타당성을 가진 제안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축산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볼 때 심히 우려되는 논의라고 판단된다. 이에 '식품위생관리업무 일원화'가 정확히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일반 국민들도 알아야 할 것이다. 우선 식품안전관리 일원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특정식품을 특정부처에서 생산에서부터 판매까지 전 단계에 걸쳐 관리하는 일관된 관리시스템이다. 흔히 식품안전관리를 말할 때 사용하는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라는 슬로건의 전형적인 예이다.
이는 생산농장을 관리하는 부서에서 가공, 유통 등 전 과정에 대하여 위생관리하는 시스템으로 품목의 특성을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책임 소재가 분명하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력 추적시스템'(Traceability)을 구축할 수가 있어 관리의 용이성과 식품안전사고 발생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럽의 식품선진국에서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방식으로 우리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모든 종류의 식품관리업무를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하는 방법이다. 농산식품, 축산식품, 수산식품 등 모든 식품에 대하여 생산은 생산 부서에서 전담하고 출하 이후는 별도기관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이는 관리 부처는 일원화가 이뤄질 수 있으나 생산과 유통 관리가 이원화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불량만두소 파동 이후 국무조정실에서 검토된 바 있다. 그러나 전자에 비해 단점이 많아 검토가 중단되었는데 최근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번 김치파동 사례에서 비롯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치를 포함한 농산식품은 대부분 재배와 출하단계는 농림부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수입검사 및 제조과정과 유통은 식약청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수산물도 해수부와 식약청이 유사한 방법으로 분리해 관리하고 있다. 다만, 축산물은 'Farm to Table'의 원칙에 따라 1998년부터 가축의 사육에서부터 판매까지 일관되게 농림부에서 관리하고 있어 큰 사고 없이 잘 관리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살펴보면 이번 김치파동은 일원화 논의보다는 해당기관에서 좀더 사명감을 가지고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더욱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축산물과 같이 생산부서에서 일관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축산물도 1997년 이전까지는 김치와 같이 분산관리하였으나 김치파동과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는 등 시행착오 끝에 현재와 같은 일관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금번 김치파동을 계기로 정부에서는 소비자와 생산자를 위하는 근본적인 식품안전대책을 수립 중에 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외국의 사례, 식품의 관리원칙 등을 심도있게 검토하여 완전한 대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식품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많은 전문가와 당국자, 소비자와 생산자 등이 머리를 맞대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석희진 농림부 축산물위생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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