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미국 시카고. 170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정상에 오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우승 카퍼레이드를 축하하는 환영 인파였다. 무개차에 나눠 탄 선수단은 고층건물에서 내려오는 엄청난 꽃가루를 온몸으로 맞으며 감격을 만끽했다. 시내 교통은 마비됐고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학교에서는 대량 결석사태가 벌어졌다고 한다.
지난 20일 일본 지바. 31년만에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한 지바 롯데 마린스의 우승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24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퍼레이드는 2.5km 거리에서 1시간 가량 펼쳐졌고 시내에 7만 명, 마쿠하리 지구에 17만 명이 몰렸다. 지바현 전체 인구가 90여만 명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인파다.
한국시리즈 패자 삼성 라이온즈도 24일 우승 축하행사를 갖는다. 그러나 카 퍼레이드는 없고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인터불고호텔 컨벤션홀에서 이수빈 구단주와 김응용 사장, 김재하 단장 등 삼성 임직원, 선수단과 그 가족, 삼성 서포터스가 참가해 세 번째 우승을 자축한다.
삼성은 연고지 시민들과 함께 하는 우승 축하 행사를 왜 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삼성 김재하 단장은우승 직후 "그룹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우승 기분을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호텔을 빌려 조용하게 축승회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시 분위기 상 그룹 고위층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느낌이었다.
지시가 있었든, 김 단장의 판단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프로야구가 출범한지 24년째인데 구단이 우승 축하 행사를 하는 것조차 그룹의 눈치를 보는 프로구단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삼성 구단은 이번 축승회를 통해 야구팀이 그룹의 종속물이지, 야구팬과 연고지 시민들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님을 드러냈다. 사실 국내 프로야구는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다. 야구단들은 하나같이 존재 이유를 모 기업의 홍보에 두고 있을 뿐 연고지 팬들 속에 제대로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홍보 가치가 얼마라는 자체 분석은 있지만 연고지 야구팬들의 가치를 홍보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
물론 삼성이 시민 축하 행사를 하지 않은 것은 삼성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지니고 있는 일부 지역 분위기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야구장의 평균 관중이 5천 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시민들이 퍼레이드에 동참할 것인가도 삼성으로서는 부담이 됐을 것이다.
21일 김응용 사장은 야구인 친선 골프대회에 참가, 인사말을 통해 "프로야구가 없어질 위기에 빠져 있다"며 야구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고 한다. 연간 400억 원을 구단 운영비로 쓰고 있는 삼성이 위기에 빠져 있고 인기가 없는 구단이라면 그 돈의 쓰임새 또한 잘못됐음에 틀림없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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