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세계화 그늘' 최소화를

입력 2005-11-19 14:03:22

부산 아'태 경제 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9일 21개국 정상들이 연 2차 회의를 끝으로 IT 강국 한국의 면모와 2020년 올림픽 유치를 선언한 부산의 국제적 위상을 부각시키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두 차례 열린 정상 회의에선 조류 인플루엔자(AI) 피해 경감을 위한 공동 대응과 테러리즘 추방을 결의했다.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정상 특별 성명을 채택함으로써 교착 상태이던 DDA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는 성과를 올렸다.

부산 APEC은 사상 가장 알찬 진전을 보았으나, 통상 협력 강화에 따른 국내 다양한 집단의 이해 관계를 조율하고 그 부작용과 혼란을 최소화시킬 방안이 시급하다는 위기감도 던져 주었다. 특히 국내 쌀 협상 비준안 지연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와 농민들의 반발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둘러싸고 단 20분 미니 정상 회담으로 끝난 한'일 관계가 장기간 냉랭한 상태를 지속할까 우려된다. 네 시간에 걸친 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과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관계는 어색한 일면을 노출해 걱정이다.

그러나 DDA 정상 특별 성명에서 비 농산물 분야에서 대폭 자유화를 뜻하는 스위스 공식이 적용되게 됨에 따라 무역 대국인 우리나라가 다자 간 무역 협상에서 주도권을 강화하며 공산품 수출을 확대할 기회를 넓히게 된 점은 환영할 만하다. 한'중, 한'러 정상 회담을 통해 어느 때보다 통상 협력이 강화됐고, 한국이 동아시아 거대 경제권의 중심축이 될 기반을 마련한 점도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부산 APEC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세계 무역 자유화를 지지하면서도 이의 부작용으로 불거지는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려는 입장을 천명하는 리더십을 보였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2007년부터 3년간 연 200만 달러의 기금을 지원하겠다고 제안도 내놓았다. 노 대통령의 이런 시각은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역내 불균형 경제 발전 해소 발언이나, 탁신 총리의 양극화를 해결해야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발언과 맥이 통한다.

지난 1997년 세계화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됐던 한국이 부산 APEC에서 제시한 무역 자유화의 그늘 해소를 위한 지원 제시와 같은 노력들이 더해질 때 더불어 사는 국제 사회는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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