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관리권 논쟁이 인터넷 분할 가져올 수도"

입력 2005-11-16 10:09:43

정보사회세계정상회담 제기

16일부터 튀니지에서 열리는 정보사회세계정상회담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터넷 관리권 문제가 참가국들의 극한 대립으로 전 세계적인 인터넷 연결망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러한 우려는 미국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인터넷관리권 관련 협상에서 인터넷에 대한 기술·행정 감독 권한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유럽연합(EU)에 전달하면서 불거졌다.

AFP통신이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칼로스 구티에레스 상무장관은 EU 의장국인 영국에 인터넷 관리권 이관 요구를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회의를 주관하는 유엔 국제통신연맹(ITU)의 로버트 쇼는 "각 국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인터넷 분할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웹주소와 도메인 명칭, 각종 인터넷 표준에 대한 통제와 관리는 1988년 미 상무부가 만든 비영리 민간단체인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맡고 있다.

미국 외의 30여 개국은 인터넷 관리에서 자문단 정도의 역할만을 하고 있다. ICANN은 당초 인터넷에 대한 규제에 반대하는 자유로운 기술개발자 그룹이 운영했으나 점차 미국 IT산업을 대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전 세계에 도메인을 할당하는 ICANN은 의도할 경우 특정 국가의 인터넷 접속을 끊거나 정치적, 경제적인 이유로 통신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에서 주요 개발도상국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란은 인터넷 관리권을 유엔이 주관하는 기구로 이관할 것을 요구해 왔다. EU도 ICANN 대신 정부 간 순수기술기구로 대체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미국은 "수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잘 작동해온 인터넷에 대해 어렵고 복잡한 감독업무는 필요치 않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은 다른 기구로 인터넷 관리권을 이전하는 데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로 온라인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한편 튀니지는 인권과 언론자유를 탄압해온 전례로 볼 때 표현의 자유 증진과 인터넷 보급 확대를 목표로 하는 이번 회의 개최국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미 튀니지와 외국 기자들이 회의를 앞두고 취재를 방해받거나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의 크리스토프 볼탕스키 기자는 11일 튀니지에서 인권운동가들이 구타당한 사건을 취재하다가 남자 4명에게 발길질을 당하고 흉기에 등을 찔렸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회장이 회의 참석을 금지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엔은 이번 정상회담이 오히려 튀니지 인권상황을 조명하는 계기가 돼 개선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튀니스·유엔본부AFP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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