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인사 1천800여명 상시 불법감청"

입력 2005-11-16 09:03:30

대통령 친인척·여야 정치인·재계·언론계 등 망라

김대중 정부시절 국정원이 대통령 친인척과 여야 정치인 등 정·재·언론계 및 사회지도층 인사 1천800여명의 휴대전화 번호를 감청장비에 입력해 놓고 통화내용을 상시 도청해온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는 국정원이 몇몇 인사들의 동향 파악 수준을 넘어서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는지도층 전반을 '감시'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해석돼 여파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15일 김대중 정부 중·후반기에 국정원장을 차례로지낸 임동원·신건씨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수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국정원장 재직시 감청부서인 제 8국(과학보안국) 산하 감청팀을 3교대로 24시간 운용하면서 상시적으로 국내 주요 인사들의 휴대전화를 불법감청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불법 감청한 주요 인사의 통화내용 중 A급으로 분류된 중요 사항을 하루6∼10건씩 2차례에 걸쳐 통신첩보 형식으로 보고받고, 국내 주요 현안이 발생할 경우 관련 내용에 관심을 나타내거나 추가 첩보를 수집하도록 독려해왔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이들이 재직할 당시 국정원은 대통령 친인척인 이모씨와 박모·정모씨 등 여당 정치인, 이모, 최모씨 등 야당 정치인, 최모·박모·정모씨 등 경제인등의 휴대전화 번호 1천800여개를 감청장비인 'R-2'에 미리 입력해 놓고 상시감청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이런 시스템을 이용해 2000년 말 안기부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 의혹사건이 불거지자 임동원 원장의 지시에 따라 강삼재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통화내용을 여러 차례 불법 감청했으며, 2000년 말부터 2001년 초 사이 박재규 당시 통일부장관과 통일부 간부 간 대북지원 관련 통화를 도청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국정원은 또 2001년 5월에는 안동수 법무부 장관 임명과 관련한 민주당 관계자의 통화를, 2001년 8월에는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와 김모씨 간 '언론사 세무조사에대한 항의단식 농성' 관련 통화 내용을 감청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밖에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비판했던 한국논단 이도형 사장, 현대그룹 유동성위기와 관련한 현대그룹 오너 일가 및 경영진 등도 국정원의 도청대상이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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