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신의 테니스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는 경기마다 엄청난 팬들을 몰고 다닌다. 뛰어난 실력도 그렇지만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때문이다. 섹시한 탱크톱 차림, 흩날리는 금발, 예쁜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데시벨의 괴성까지 샤라포바의 모든 것이 그녀의 몸값을 높이는 명품 브랜드 역할을 한다.
◇ 스포츠 경기는 승패도 중요하지만 운동 외적인 재미가 곁들여질 때 보는 즐거움이 더한층 배가된다. 톡톡 튀는 선수들이 많은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 선수들은 대체로 '진지 모드(mode)'이다. 이겨도 져도 무표정일 때가 많다. 승리 후의 소감도 판박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 중에도 '별종'이 없는 것은 아니다.
◇ 천하장사 씨름선수에서 일약 세계적 이종격투기 K-1의 스타로 급부상한 최홍만(25)은 파워풀한 힘과 강한 승부욕과는 달리 때로 깜찍하고 귀여운(?) 면모도 보여준다. 씨름선수 시절, 경기에 이기면 신나는 테크노 음악에 맞춰 키 218cm의 거구를 귀엽게 흔들며 춤추곤 했다. 별명 '테크노 골리앗'도 그렇게 해서 붙여졌다. 왕년의 씨름선수 박광덕 역시 경기 때마다 뱃살을 출렁이는 특유의 람바다 춤으로 인기 몰이를 했었다.
◇ 미국여자프로골프대회(LPGA)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 선수'재미동포 선수들도 나름대로 색깔이 있다. 듬직한 박세리, 땅콩 김미현, 작은 거인 장정, 우아한 안시현, 열여섯 나이가 믿기지 않는 골프 천재소녀 미셸 위…. 이들 중 가장 튀는 선수는 아무래도 김초롱 아닐까. 언제나 베레모에 민소매 티셔츠 차림, 주위 시선에 아랑곳없이 주먹을 불끈 쥐고 터뜨리는 환호성 등 거침없는 '명랑 소녀'다.
◇ 14일 LPGA 왕중왕 전에서 김초롱이 통산 2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미국 태생인 김초롱은 지난 9월 솔하임컵 때 미국 대표로 출전, 얼굴에 성조기를 그려 넣는 등 요란스런 행동으로 한국 네티즌들로부터 드센 비난을 받았다. 그래서인가, 이번 대회 우승 후 그녀는 "부모님과 나의 나라(미국), 나의 뿌리인 한국에 영광을 돌린다"며 부쩍 철든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건 그렇고, 많은 스포츠 애호가들이 오는 19일 일본에서 열릴 K-1 빅 게임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본야스키와의 한판 결투에서 최홍만이 승리할 것인지, 그래서 최홍만표 테크노춤을 볼 수 있을 것인지가 관심사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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