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아이와 늘 뚝딱거리며 사는 엄마입니다. 아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거나 실망스러운 행동을 하면 감정이 앞서 화를 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이래선 안 된다고 하면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고, 아이들도 어지간히 화를 내서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감정 조절을 잘 할 수 있을까요?
답 : 부모가 자녀를 대할 때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화를 내고 고함을 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전 단계에서 아무리 옳은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도 화를 내게 되면 다음 단계의 사고와 행동으로 진전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자녀를 대할 때 일단 참아야 한다고 하면 부모님들은 보통 "그럼 포기해야 할까요?"라고 되묻는데, 참는다는 것은 이해하는 것입니다. 좀 더 나아지도록 고민하고 아이에게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엄마 스스로를 관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한 화를 내기 전에 아이가 잘 했는지 못 했는지를 성급하게 판단하려 해서도 안 됩니다. 미리 판단하지 않고 화를 참을 수 있어야 일의 진행과정을 되짚어보고 대화할 수 있는 길도 열립니다. 감정을 앞세우기 전에 먼저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일어난 일의 진행 과정을 살펴서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를 찾아보십시오. 어느 순간까지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잘못된 상황은 어디서 시작됐는지 찾아야 화가 나는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단추가 잘못 꿰어진 부분을 찾아야 옷을 똑바로 입을 수 있듯, 비틀어진 감정의 시작과 원인을 알아야 자녀와의 바람직한 관계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엄마의 경우 감정이 앞서는 원인은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먼저 아이에 대한 기대가 클 때입니다. 원하는 만큼 아이가 해 주지 못해 화가 난다면 나는 왜 아이에게 이런 수준의 기대를 하고 있는지, 남편이나 시댁 등의 기대가 과도한 것은 아닌지, 이러한 기대를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하는 것이 내 역할인지 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기대보다 주위의 기대가 커서 화가 난다면 엄마 역시 피해자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말에 따라주지 않을 때 느끼는 실망감도 분노의 원인이 됩니다. 이 경우엔 '저를 위해 맞는 얘기를 하는데 왜 말을 듣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봐야 합니다. 우월적 입장에서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먼저 반성해봐야 합니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자녀에게 너무 몰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결혼 혹은 출산 전까지 적극적으로 살아왔고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던 사람이 전업 주부가 되자 엄마 역할 역시 흠 없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경우도 흔히 보입니다. 그러나 자녀 양육에 지나친 정성을 쏟다 보면 큰 방향을 놓칠 수 있습니다. 현명한 엄마라면 가족 전체를 생각하는 균형을 갖춰야 합니다. 아이만을 위한 가정이 아니라 가족 전체를 위한 가정이라는 분위기가 잡힐 때 오히려 아이들은 부담을 떨치고 안정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가급적 좋은 영향을 크고 오래 주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어떤 것에 영향을 받는지 먼저 곰곰이 생각해야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것이 부부관계입니다. 부부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가정에서 건전한 부모 자녀 관계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남편이 아내를 무시하고, 아내가 남편을 존중하지 않는 가정에서 기대를 충족시키는 자녀, 화가 나지 않게 만드는 자녀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는 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박용진(진스마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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