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출생과 사망' 경제현상 따라 좌우

입력 2005-11-14 11:10:48

새5천원권이 최근 경산조폐창에서 인쇄에 들어가 내년 1월부터 본격 유통된다. 돈만큼 인생의 희비를 엇갈리게 하는 것도 많지 않다. 또 '돌고 돈다'는 의미로 '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속설도 있다. 이 때문에 돈(=화폐)의 흐름은 경제현상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리나라의 돈(=한국은행권)은 모두 경산조폐창에서 태어난다. 그리고 일부는 지역경제의 '피(=혈액)' 역할을 하며 일생을 보내고, 쓸쓸히 여생을 마친다. 돈의 탄생과 유통 과정을 통해 지역경제에 대한 시사점을 살펴본다.

◇지폐(紙幣)가 아니라 면폐(綿幣)다!

돈의 탄생은 부여조폐창에서 만들어진 은행권 용지가 경산조폐창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우리가 흔히 지폐로 부르는 한국은행권은 사실은 100% 순면을 재료로 사용한다. 실수로 돈을 옷에 넣고 세탁기로 빨아도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비결은 재료가 종이가 아닌 면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엄밀히 하면 한국은행권은 '면폐'인 셈이다.

은행권 용지는 모두 8단계의 공정을 거쳐 '진짜 돈'으로 모습을 갖추게 된다. 바탕그림을 앞·뒤면 동시에 인쇄하는 '평판인쇄'가 첫단계. 그다음에는 우측하단에 '5000(새 은행권의 경우)'이라는 숫자를 인쇄하는 '스크린인쇄'가 뒤따른다. 광가변 잉크를 사용해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바뀐다.

'시변각장치(OVD: Optically variable device)'를 부착하고, '뒷 윤곽 요판인쇄(볼록한 돌출감이 느껴지는 특수인쇄)', '앞 윤곽 요판인쇄' '기계검사(=불량 여부 확인), '활판인쇄(=검사 합격제품에 일련번호 인쇄)'를 거쳐, 시중에 유통되는 크기로 은행권을 자르면 은행권이 완성된다. 각 공정마다 2, 3일씩 말리는 시간이 필요해 첫 단계에서 은행권이 완성되는 데까지는 대략 1개월 정도 걸린다. 경산조폐창에서는 인쇄물의 공정간 이동과 창고의 입출고 등이 모두 자동창고 시스템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대구는 구미가 먹여 살린다?

완성된 은행권은 전국 20개 한국은행 본부와 지점을 통해 시중으로 풀려나간다. 올해 10월까지 전국 화폐발행액은 23조2천708억 원. 우리지역은 대구에서 1조7천373억 원이, 구미에서 4천474억 원이, 포항에서 3천520억 원이 발행됐다.

그런데 환수액을 보면, 대구는 2조841억 원으로 발행액보다 120%나 많은데 비해 구미는 2천321억 원으로 발행액의 51.9% 수준에 불과하다. 포항은 발행액과 비슷한 3천265억 원의 환수액을 보였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박석삼 발권팀장은 "발행액과 환수액을 살펴보면 대구는 소비도시 및 교육도시로서, 구미는 생산도시로서의 성격이 뚜렷하게 대비된다"고 말했다. 화폐 환수율의 변화는 또 경제생활의 변화추이도 추정해 볼 수 있게 한다. 2000년 대구의 화폐 환수율이 161.6% 였던 것이 올해는 120.0%로 줄어든 것은 소비 회복세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특히 올해 1~10월 대구경북본부 화폐 환수율이 106.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4.1보다 감소했다.

박 팀장은 "보다 엄밀한 것은 화폐 유통량과 각종 조사자료를 종합 분석해야 알 수 있지만, 현금은 소비생활과 관련성이 높고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민간소비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대구·경북지역에서 폐기된 은행권은 모두 1억2천266만 장(7천692억 원)으로, 이를 쌓았을 경우 팔공산 높이(1천193m)의 11배에 달한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은행권 제조의 첫 단계인 평판인쇄를 마친 '새5천원권'을 한국조폐공사 직원이 살펴보고 있다. 이후 7단계 공정을 더 거친 '새5천원권'은 내년 1월부터 시중에 본격 유통될 예정이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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