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그림 값

입력 2005-11-11 13:48:25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아트페어에서는 한국 신진 작가 몇몇이 주목됐다. 청도의 작은 학교에서 일하며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다. 전시 준비 단계에서 이미 현지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덕택에 그림도 팔려 나갔고, 전시 예약까지 됐다. 지금껏 외국 아트페어에서 팔린 그림들의 구매자가 대부분 국내 화랑들의 초청으로 따라 나간 내국인이었음을 감안할 때 적잖은 성과였다. 나라 안 그림 애호가들이 눈여겨보지 않던 신진 작가를 외국 미술계가 인정한 셈이다.

◇ 이들 젊은 작가를 발굴해 낸 한국화랑협회 김태수 회장은 "화랑이 돈 벌이에만 눈을 돌려서는 우리 미술계의 미래가 없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키워 내지 않는 한 화랑의 존재 의미가 없다는 소신이다. 아예 비싼 그림은 살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보다는 새로운 작가의 그림을 소장하는 것이 투자로서도 값어치가 있단다. 작가 한 사람이 일년 내내 잠 안 자고 그려도 수십 점을 넘지 못하는 그림이야말로 한정품으로서의 투자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 지난 8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초현실주의 작가 마크 로스코의 유화 '마티스에 대한 경의'가 우리 돈으로 235억 원에 팔렸다고 한다. 현대미술 작품 경매가로는 세계 최고다. 우리나라 미술품 경매가로는 박수근의 유화 '나무와 사람들'이 7억1천만 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울 호화 아파트 10여 채 값에 불과한 우리 미술시장의 규모론 거액이다.

◇ 비싼 데다 판화를 제외하면 단 한 점밖에 없는 한정품이란 이유로 유명 작품에는 위작이 나돈다. 가짜 그림을 유통시키는 화상들의 사기 행각이 곳곳에서 화제가 된다. 유수의 미술관들이 진품인 줄 알고 샀다 나중 위작임이 드러나 망신당하기도 한다. 유명 그림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가짜가 진짜인 양 판치게 한다.

◇ 거액의 그림 값은 위화감을 조성한다. 서민들에겐 상상할 수 없는 거액은 미술품에 대한 거리만 멀어지게 한다. 그러나 아직 제값을 받지 못하지만 뛰어난 작품성을 지닌 미술품도 적잖다. 그림 값은 누구의 작품이라는 유명세에 좌우된다. 그러나 예술의 가치는 누구의 작품이냐가 아니라 개개 작품의 예술성으로 평가돼야 한다. 지난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화랑미술제에서도 지역 젊은 화가 그림이 주목됐다. 그의 그림 앞에는 유명 작가 작품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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