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폭발 참사 10주년…"여전히 불안하다"

입력 2005-11-10 10:48:46

△불안한 지하= ㄷ건설 대표 우모(48) 씨는 한전에 물어야 할 9천여만 원의 훼손한 케이블 재료비와 보수공사비를 생각하면 억울하다. 지난 6월 대구 북구 침산교 보수공사를 위해 천공작업을 하던 회사직원 노모(36) 씨가 난데없이 튀어나온 15만4천V 고압선을 훼손한 때문이다. 당시 노씨는 "북구청에서 받은 지하 매설물도엔 침산교에 지중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흔적이 없었고 교량 어디에도 전기 매설물 표지기나 주의 안내판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우씨는 "시내교량을 관리하는 대구시 시설안전관리사업소도 이곳에 송전선로가 지나간다는 사실을 몰랐고, 땅속에 15만4천V 초고압선을 설치해 놓고도 표지기로 알리지 않은 한전 측에 문제가 있는데도 시공사에만 모든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고 한 달 후 한전 측이 침산교에 20여 개의 매설물 표지기와 경고 안내판을 설치한 것도 그동안 잘못을 시인한 것이 아니냐"고 했다.

지난 1995년의 대구 지하철 1호선 폭발사고가 공사중 지하에 묻힌 도시가스관을 건드려 가스가 새면서 일어난 사고였고 지난 2003년에도 경산시 오목천 인근 고속도로 확장 공사 과정에서 굴착기가 지하에 매설된 송유관을 건드리는 바람에 기름이 하천에 유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사 현장 감독자였던 한모(49) 씨는 "공사현장 매설물 도면에는 매설물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와 있었는데 땅을 파보니 통신선, 송유관 등이 널려 있었다"며 "도면을 믿지 못하게 되면서 앞으로 땅을 팔 때 요행만 바랄 수밖에 없게 됐다"고 허탈해 했다.

롯데건설 대구사무소 배명우 소장은 "상인동 가스참사 후 매설도면에 도시가스관에 대한 표시는 많이 정확해졌지만 다른 매설물들은 실제 위치와 다르게 표시되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매번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땅을 파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무책임한 관련기관= 침산교 송전선로 사고와 관련, 대구시와 한전은 책임 전가만 하고 있다.

대구시 시설안전관리사업소 측은 "굴착공사 시행자는 반드시 지하 매설물 여부를 관련기관에 확인해야 하는데, 이를 어기고 공사를 강행했다"며 "한전도 초고압선 매설 사실을 알려줘야 하는 주의 의무에 태만해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전 측은 "시행사나 공사 발주처인 대구시가 침산교에 어떤 매설물이 묻혀 있는지 물은 적도 없는데다 매설물 표지설치는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책임 없다"며 반박했다.

반면 한전 송변전건설처 지중선건설팀 한 관계자는 "7천V 이상은 특별고압으로 분류돼 이를 매설할 때는 지상에 반드시 매설물 표지기나 경고 안내판을 설치토록 회사 내규에 규정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개선책은?= 전문가들은 대구 땅속 지도를 명확하게 정비하지 않을 경우 지난 상인동 가스참사와 같은 대형사고 재발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영남대 토목공학과 지홍기 교수는 "지하 매설물은 엄청난 폭발력으로 대형사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므로 조속히 지중 시설물 정화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외국의 경우 상·하수도관, 가스관, 전기·전력구, 통신선, 송유관 등은 사유지를 통과할 수 없고 반드시 공도(公道) 밑에 묻도록 돼 있다"며 "우리는 그렇지 않아 관련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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