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의 한 아파트. 지난달 입주가 시작된 이 아파트에는 '실내 디자인' '리모델링 공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200가구가 채 되지 않는 자그마한 아파트인데도 10여개 업체가 제각각 '모델하우스'를 만들어놓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시공회사가 아파트 앞에 내건 '불법구조 변경을 하지 맙시다'는 문구의 현수막을 무색게 했다. 이는 신규 입주하는 아파트 단지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한 업자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좀더 넓고 쾌적한 곳에서 살고 싶은 게 입주자의 욕구"라면서 "입주자 대부분이 집에 손을 댄다"고 했다.
벽을 뜯어내고 내부 공간을 넓히는 불법 구조변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구에는 90년대 중반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서 불붙기 시작, 몇 년 전부터 20, 30평형대 아파트에까지 성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공사가 분양 당시부터 입주자에게 발코니 확장여부를 물어보고 시공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구 전체 아파트 37만 채 중 절반 정도가 불법 구조변경을 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올 들어 수성구청, 달서구청, 북구청 등이 불법 구조변경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지금까지 공무원들은 주민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 단속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하기 일쑤였다. 지난달 건교부가 발코니 확장과 관련 주택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이후 행정기관들은 아예 단속을 포기한 상태다.
한 공무원은 "이제까지 발코니 확장 문제는 '법 따로, 현실 따로'의 전형이었다"며 "건교부가 발코니 확장 허용을 발표해놓고 까다로운 화재안전기준안을 함께 내놓는 바람에 이를 양성화할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사진: 입주를 앞두고 구조변경 공사 현수막이 곳곳에 나붙은 대구시 수성구의 한 아파트. 아파트 앞에 시공회사가 내건 '불법구조 변경을 하지 맙시다'라는 문구의 플래카드와 묘한 대조를 이루는 풍경이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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